[프리즘]러시아 단상

 동토(凍土)의 땅 러시아가 열리고 있다. 극동 아시아와 유럽에 접해 있는 러시아는 추위가 기승을 부릴 때 기온이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간다. 나폴레옹과 히틀러조차도 러시아의 동장군에 무릎을 꿇고 돌아갔을 정도다.

 2차대전 직후 옛 소련 당시에는 ‘철의 장막’이 닉네임으로 따라다녔다. 폐쇄적이고 비밀주의적인 긴장 정책으로 인해 시장의 규모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처럼 맹추위와 철의 장막으로 대변되던 러시아가 최근 들어 세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비록 경제 회복 속도가 더디기는 하나 러시아의 정부 정책에서 큰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석유, 가스 등 기존 에너지 산업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산업 구조를 다양화하고, 투자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내 대기업들도 러시아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삼성과 LG의 러시아 디지털 TV 시장 점유율은 무려 60%에 달한다. 적어도 2가구당 1가구 이상은 한국산 제품을 쓰고 있다는 얘기다. LG는 매년 이곳에서 40%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삼성 역시 진출 3년 만에 미국, 구주에 이어 3번째로 러시아에서 많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인 화려한 성과와 달리 국내 대기업들은 러시아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입관 때문에 협력사를 유치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기반 시설이 부족하고 위험하다는 고정 관념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진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보이는데 함께 갈 수 있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대기업들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 현지에서 만나본 한국 기업인들과 공공 기관 관계자들은 이러한 러시아의 사회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이 곳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때마침 러시아 정부도 IT, 원전 등 한국이 강점으로 갖고 있는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며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은 선점하는 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러시아는 한국 면적의 170배에 달하고, 인구도 3배 가까이 많다. 비록 시설 등 기본 인프라와 투자 여건 등이 아직 우리 기업인의 눈높이에 못 미치지만, IT 강국인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개척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러시아 다시보기가 필요한 때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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