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국내 증권업계에서 충돌이 있었다. 몇몇 증권사가 자사 접속장비(라우터)를 거래소에 설치한 사실을 다른 증권사에게 들켰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갈등이 생긴 이유는 증권사에게 속도는 생명과 같기 때문이다. 매도·매수 시 계약이 먼저 체결되는 게 유리하다. 특히 한꺼번에 주문이 폭주하는 호재가 있을 때는 1마이크로초(μs)에도 수백억원이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찰나의 시간도 앞서기 위해 데이터센터의 위치를 바꾸고, 통신구간을 좁히고 가상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의 이같은 시간 싸움에 네트워크 업체들도 장비 응답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조 단순화=일단 데이터센터 구조를 바꾼다. 국내 10여개 증권사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스위치 장비 수를 줄일 수 있는 패브릭을 도입했다. 스위치는 데이터의 이동 경로를 지정해주는 장비다. 패브릭은 데이터센터 안에서 데이터가 이동하는 길(케이블)을 말한다. 최근 네트워크 가상화 기술을 이용하면 스위치 장비 대수를 줄이는게 가능해진다. 데이터가 스위치 장비를 여러대 거치더라도 일일이 경로를 지정해주는게 아니라 스위치 한 대만 경로를 지정하고 다른 장비는 데이터를 그냥 흘려보내는 기술도 쓴다. 경로를 지정하는 동안 데이터가 머무르는 시간을 없앤 것이다.
◇초고속 장비 개발 경쟁=주니퍼네트웍스(이하 주니퍼)와 시스코시스템즈(이하 시스코)는 최근 반응속도가 1μs 이하인 장비를 출시했다. 증권사 시장이 주요 타깃이다. 주니퍼의 ‘QFX3500`, 시스코의 ’넥서스3000‘은 각각 1μs, 700나노초(ns)까지 응답속도를 줄였다. 프로세서 성능을 높이고 칩 구조를 단순화 했다. 김성로 주니퍼 이사는 “국내 증권사 중에도 이 장비 도입을 추진하는 곳이 있다”고 말했다.
◇북미·유럽선 슈퍼컴퓨터 클러스터 도입=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지난 2008년 데이터센터에 레드헷의 리눅스 운용체계(OS)를 기반으로 한 슈퍼컴퓨터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기존 유닉스 기반 시스템에서는 반응속도를 줄이기 위한 자체 튜닝이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입출력(I/O) 카드를 꼽고 슈퍼컴퓨팅을 위한 패키지를 이용해서 튜닝을 하면 단 몇 마이크로초(μs)라도 줄일 수 있다.
최우형 시스코 이사는 “주로 북미·유럽 쪽에서 쓰던 이 방식을 최근에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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