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EU FTA 협정 문서의 번역 오류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가적인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FTA 협정문서의 번역이 오류 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우리나라 번역 인프라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번역 전문업체인 팬트랜스넷의 박희선 대표는 ‘번역 가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 부족을 안타까워 했다. “정부나 기업들이 번역 업무를 부수적인 일로 간주해 번역 관련 예산을 턱없이 낮게 책정하고, 번역에 필요한 기간도 충분히 주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공공기관들이 무분별한 저가 경쟁을 부추겨 번역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도 생긴다”며 이는 결국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트랜스넷은 국내 유수의 전자업체 등 600여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전문 번역업체다. 다른 번역 업체들이 번역 외에 교육, 통역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비해 이 회사는 오로지 번역에만 승부수를 걸고 있다. 그만큼 번역 업무의 부가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지역이 다변화되고, 첨단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매뉴얼 등 각종 자료를 다국어로 제작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중동, 동남아, 유럽, 아프리카 등 다국어를 지원할 수 있는 번역 인프라와 경험이 부족합니다.” 박 대표는 이런 번역 인프라로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팬트랜스넷은 우리의 번역 인프라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는 기업이다. “산업 분야별, 언어권별로 전문 번역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대학·연구소 등 전문가 그룹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 번역 감수 업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 번역 공정관리시스템이나 전문 번역 데이터베이스를 구축, 일관된 번역 품질을 유지하는데도 애쓰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노력이 고객들로부터 인정을 받아 글로벌 번역 서비스업체와 당당히 겨룰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회사가 고품격 번역 업체로 인정을 받은 데는 박 대표의 IT 관련 지식도 일조했다. 그는 미국 유명 대학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컴퓨터 사이언스에 대한 배경 덕분에 번역 공정별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전 세계 전문 번역사들과 실시간으로 작업할 수 있는 ‘가상 오피스’를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것.
박 대표는 선진국에선 번역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다며 우리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번역 인프라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번역 오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할 때라고 말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