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쯔, 英서 통신망 사업 시작…英 정부 "적극 지원"

 KT와 SK브로드밴드가 버티고, 토종 케이블TV사업자의 ‘망’이 지역마다 깊숙이 침투한 상태인 한국 유선 통신망 시장에 외국계 사업자가 진입할 수 있을까. 자살행위와 다름없을 것이다. 현지 유선 통신망 보유업체의 지분을 사들이는 게 거의 유일한 시장 진입법일 텐데, 이것 역시 각국 정부의 기간통신망 규제 수위가 높아 실질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후지쯔가 불가능한 것 같았던 해외 유선 통신망 제공사업에 도전한다. 영국 시골에 초고속 인터넷 망을 직접 구축하기로 했다. 당장 영국의 유선 통신망 시장을 지배하는 브리티시텔레콤(BT)과 맞설 태세다.

 13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이미 버진미디어와 토크토크가 인터넷서비스사업에 후지쯔의 망을 쓰기로 했다. BT의 지하 도관과 전봇대가 지배하던 영국 내 유선 통신망 시장에 큰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영국 정부가 BT로 하여금 인터넷서비스 경쟁 사업자에 지하 도관과 전봇대를 개방(공동이용)토록 강제하는 것도 모자라 후지쯔 같은 해외 기업의 진입을 허용함에 따라 관련 시장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조짐이다. 특히 시골에 광대역통신망 구축을 촉진하고, 가격 인하 경쟁까지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 힘입어 영국 정부의 적극적인 측면 지원이 전개될 전망이다.

 후지쯔는 이러한 시장상황을 간파하고, 영국 정부에 5억파운드(약 8800억원)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원금은 아날로그 TV방송의 디지털 전환 자금에서 융통될 예정이다. 또 2015년부터 BBC의 방송사업 면허료에서 융통한 3억파운드(약 5300억원)가 추가로 지원된다.

 앤디 스티븐슨 후지쯔네트워크솔루션 책임자는 “지원금 없이는 망을 구축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망 구축 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2012년에 첫 소매 고객을 확보하고, 3~5년 안에 이용자 수 500만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후지쯔는 광가입자망(FTTH) 설비를 이용해 영국 시골에 초당 데이터 1기가(G)비트를 전송하는 유선 통신망을 깔 계획이다. FTTC(Fibre-to-the-Cabinet) 기술을 이용해 초당 데이터 400메가(M)비트를 전송하는 데 그치는 BT의 망보다 월등하다.

 에드 바이지 영국 통신부 장관은 후지쯔의 망에 대해 “야심차고 혁신적”이라고 말했다. 통신망 시장 경쟁을 촉진하려는 영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바이지의 발언에 그대로 묻어난 것이다.

 후지쯔의 경쟁력 있는 망이 시장을 자극하면, BT의 유선 통신망 도매가격이 하락하고 인터넷 소매가격까지 떨어지는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또 시골까지 초고속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는 등 영국 정부로서는 ‘소비자 편익(가격인하)과 산업 진흥(망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2015년까지 유럽에서 가장 빠른 광대역통신망 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초당 데이터 25(메가)비트 이상을 전송할 수 있는 영국의 유선 통신망은 17만5000회선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11만8000회선은 버진미디어의 50M비트짜리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이다. 나머지는 BT를 비롯한 여러 사업자가 조금씩 점유한 상태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