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지록위마(指鹿爲馬)

 진나라 시황제가 죽자 환관 조고는 어린 황제 호해를 이용해 조정의 실권을 장악했다. 조고의 욕심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황제 자리를 노렸다. 모반의 성공을 반신반의한 조고는 중신들의 마음을 떠보는 꾀를 냈다. 하루는 조고가 사슴을 황제에게 바치면서 ‘말’이라고 설명했다. 황제는 조고의 얘기를 ‘사슴’이라고 정정했다. 이 광경을 보고 다수의 신하는 조고가 두려워 거짓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슴이라고 반박한 중신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의 유래다.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는 간신을 비유하는 지록위마는 거짓을 우겨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최근 게임 규제, 셧다운제를 둘러싼 대립이 치열하다. 게임으로 인한 폐해는 분명 존재하므로 당연히 대안이 필요하다. 문제는 여성가족부와 일부 정치인들이 청소년의 자유를 억압하고 위헌 가능성마저 짙은 셧다운제만을 고집한다는 사실이다.

 셧다운제 찬성론자들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내놓은 발언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 “게임에 빠진 청소년의 뇌는 짐승과 같다”라든지 “게임 중독은 결국 사망에 이르는 뇌질환을 유발한다”는 말이 대표적 사례다. “게임을 오래하면 정자 수가 줄어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어처구니없는 막말도 이어졌다.

 이들은 학부모들의 심금을 울리는 자극적 언동을 이어가지만, 믿을만한 실험 결과는 내놓지 않는다. 일단 궁지에 몰고 보자는 식의 이러한 발언은 발전적이고 합리적인 게임 규제 방안을 오히려 방해할 뿐이다.

 게임을 향한 이들의 저주 앞에 청소년의 자유와 게임 산업의 시민권은 ‘아이들 주머니를 털면서 정신병자로 몰아가는 천박한 장사치’의 감언이설로 치부된다. 아무리 입장이 달라도 상식과 논리, 그리고 객관성은 유지해야 한다. 셧다운제를 도입해도 부모와 자녀의 합의 하에 이뤄지는 자율 규제여야 한다.

 중국 대륙을 처음으로 통일한 진나라는 시황제 사후 4년 만에 허무하게 무너진다. 조고가 지록위마로 천하를 속인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일이다. 게임 산업을 향한 비이성적 마녀사냥이 얼마나 지나야 역사적 평가를 받을 지 벌써 궁금하다.

 장동준 정보통신담당 차장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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