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유가로 인해 에너지안보가 위협받고 있는 요즘 정부에서는 에너지절약 긴급대책을 내놓으며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태양광·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반도체·디스플레이 뒤를 잇는 수출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시적인 규제로는 지속적인 에너지절약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는 이미 몇몇 선진국들과의 기술격차와 중국의 저가·물량 공세로 주력산업으로 키우는 일도 쉽지 않다. 이에 전자신문 그린데일리에서는 4회에 걸쳐 그린에너지 강국인 독일의 전략과 노하우를 소개한다.
‘건물 에너지효율 향상, 할 수밖에 없지만 실천은 쉽게’
독일에서는 오래전부터 신축 건물의 에너지사용량 기준을 계속 낮춰가며 에너지 고효율 건물만 짓도록 유도하고 있었지만, 기존 건물(1990년대 이전)에 대한 에너지효율 향상 정책은 6년 전인 2005년에 검토하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에너지 사용량이 두배 가량 늘어난 독일에서는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기존 건물에 대한 에너지 효율화 정책을 논의 했지만, 당시 주택 등 건물은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강제할 수 없었고 국민들의 관심도 저조한 편이었다.
독일의 ‘독일에너지공사(DENA) 귀터 지겔(건물 에너지사용량 인증)’ 지정기관 중의 하나인 건축설계사무소 ‘K2’의 요하임 크라넨동크 사장은 “건물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필요성을 설명하고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데 걸린 시간만 4년 걸렸다”며 “2009년이 되어서야 기존 건물에 대한 직접규제가 아닌 간접규제 형태로 건물의 임대나 매매 시 귀터 지겔을 첨부할 것을 의무화했다”고 밝혔다.
크라넨동크 사장은 “건물의 에너지효율이 낮으면 건물을 임대하는 사람에게 높은 에너지비용이 부과되므로, 매매·임대 시장에서 고효율 건물은 자연스럽게 인기를 끌게돼, 제도 시행 3년 만에 30% 가량이 귀터 지겔을 받았다”고 말했다.
크라넨동크 사장에 따르면 실제로 독일에서는 30평 정도의 단독주택 기준으로 연간 4000유로(약 640만원)의 에너지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니, 에너지효율이 20%가 높은 집은 800유로(약 128만원)의 비용이 덜 드는 셈이 된다. 에너지 고효율 주택이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함께 독일에서는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개·보수나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1% 정도의 낮은 이자로 빌려주거나, 일정 기준의 에너지 효율향상을 보장한다면 보조금도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건물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직접적으로 강요하지 않아도 고효율 건물로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귀터 지겔 인증을 의무화하고 건물 매매·임대 시장을 통한 동기유발, 에너지효율 향상 자금 지원 등을 제도화함으로써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에너지 효율 정책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8년부터 독일에서는 신축 건물이 기존 건물의 20% 정도의 에너지만을 사용해야 인허가를 내주는 ‘파시브 스탠다드’를 적용하고 있다.
아헨(독일)=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kr
◇독일에너지공사(DENA)= 에너지 효율화와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 2000년에 만들어진 독일의 정부기관. 건물 에너지증서는 이 곳에서만 발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