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북한의 원자력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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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발생한 일본 대지진으로 열도가 큰 충격과 어려움에 빠졌다. 사망, 실종자가 2만8000여명으로 전후 최대 규모를 넘어 선데다 이재민도 수십만에 달한다는 보도다. 특히 대형 해일이 덮쳐 냉각장치가 고장 나면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아직 진압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떤 국면으로 전개될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여기서 누출된 방사능은 광범위한 지역에 향후 수십년간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하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그 피해가 일본에 국한되지 않고 주변국에 직간접적으로 전파된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대기와 수질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주변국으로 신속히 확산됐고, 일부 지역에서는 방사능 피해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요오드와 소금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국내 관계부처에서 방사성물질 감시를 강화하고, 일본산 어류와 식품의 대대적인 검색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조치가 크게 강화되고 건설계획도 대폭 개편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예상 범위를 넘어서는 자연재해가 닥쳤을 때를 대비한 안전강화 조치들이 논의되고 있다. 최근 가장 야심적인 원전 건설계획을 발표했던 중국도 대대적인 보완조치를 취하고 있다. 기존 원전과 건설 중인 원전에 대한 전면적인 안전검사를 실시하고 운전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며, 이것이 일단락되기 전에는 신규 원전건설을 인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북한의 원자력 안전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현재 가동 중인 상용 원전은 없지만, 자연재해에 취약한 시설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고준위 방사능물질이 많은 방사화학실험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대량으로 사용된 고농도 질산과 케로신 등의 액체 화학약품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채 보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것이 영변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홍수로 유출되어 하천을 통해 서해로 유입될 수 있다.

 얼마 전 북한이 미국 전문가들에게 공개한 우라늄 농축시설도 주목 대상이다. 농축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원전용 저농축 정도를 넘어 핵무기용 고농축을 추구하면, 자칫 임계를 넘는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풍계리의 지하핵실험장도 두 번의 실험에서는 안전한 봉쇄에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아직 폭발위력이 작아 핵무기로서의 성능을 의심받고 있는 만큼, 이를 높이는 과정에서 예측을 벗어난 유출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북한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자체적인 경수로 건설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안전조치들이 대폭 강화되고 있는 이때에,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서 제한된 기술과 설비로 대형 원전을 건설, 가동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에 대한 인식을 주변국들과 공유해야 한다. 원전사고의 피해가 주변국으로 급속히 확산되는 것을 체험한 지금의 상황에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권한 보유와 자주적인 건설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첨단기술과 대규모 설비, 경험이 풍부한 인력과 국제적인 감시망을 골고루 갖춘 일본에서도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 6자회담 재개가 논의되는 이 시점에서, 북한의 핵무기 뿐 아니라 기존 원자력시설들과 향후 계획 모두를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춘근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수석대표 cglee@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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