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17년간이나 미국 내 3대 법률회사(로펌)로부터 훔쳐낸 기업 간 인수합병 관련 기밀을 거래한 변호사와 증권중개인이 붙잡혔다. 미국의 역대 내부자 거래 사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전해져 더욱 시선을 모았다.
6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미 연방검찰은 실리콘밸리 기술기업계에서 손꼽히는 로펌인 윌슨손시니굿리치&로사티PC의 변호사 매튜 H 클루거, 그와 기업 인수합병 정보거래를 공모한 가렛 D 바우어를 각각 기소했다.
클루거는 또 다른 유명 로펌인 크라바스스와인&무어LLP와 스캐든압스슬래이트미거&플롬LLP에서 일할 때에도 정기적으로 정보를 빼돌렸다는 게 미 연방검찰의 전언이다. 특히 클루거가 익명의 제3 공모자에게 건넨 정보에는 오라클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어도비시스템스의 옴니추어, HP의 3콤, 인텔의 맥아피 인수처럼 최근의 굵직한 인수거래가 거의 모두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익명의 공모자가 클루거의 정보를 바우어에게 넘기는 형태로 돈을 주고받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들의 혐의는 바우어가 익명의 제3 공모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지문이 묻은 현금 17만5000달러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상의하는 등 서로 여러 차례 통화했던 기록으로 말미암아 꼬리를 잡혔다. 검찰은 클루거로부터 시작해 바우어로 이어진 ‘설계된 소문’에 따라 투자된 금액이 1억900만달러 이상이라고 밝혔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클루거와 바우어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클루거는 구류 상태며, 바우어는 예금계좌에 5000만달러 이상을 넣어둔 게 확인됐다. 두 사람은 11건에 달하는 내부자 거래에 돈 세탁 공모 등을 더해 모두 17개 혐의에 대한 책임을 질 처지다. 내부자 거래 한 건마다 최장 징역 20년, 벌금 500만달러를 물릴 수 있어 두 사람은 나머지 인생을 교도소에서 마칠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31일 워런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의 후계자가 될 것으로 보였던 데이비드 소콜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큰 시세차익을 실현한 혐의를 지고 회사를 떠난 데 이어 클루거와 바우어의 내부 정보 거래사건이 터지는 등 미 월가와 실리콘밸리가 당분간 시끄럽게 됐다. 또 미 정부가 대대적으로 증권시장의 내부자 거래를 계속 단속할 방침이어서 대형 비리가 잇따라 터질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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