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과 효성그룹, LIG그룹 등 대기업의 부실 계열사 `꼬리 자르기` 행태에 뒤통수를 맞은 은행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은행권 내부에서 대기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지면서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대출 자제와 구조조정 평가 강화 등의 움직임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대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어 은행권과 대기업 간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한솔건설과 진흥기업, LIG건설 등의 부실 계열사를 외면하는 대기업의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도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만기 대출 회수, 담보 없는 신용대출 중단 등을 취하기로 했다.
실제 작년 말 부실 계열사인 한솔건설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솔그룹의 금융권 신용공여액은 작년 말 1조4천800억원대에서 올해 3월 말 현재 1조2천억원대로 줄어들었다.
A은행은 "과거에는 큰 형(모기업)의 후광을 생각해 동생들(각 계열사)에 대해서는 개별 재무상황을 보지 않고 대출을 해주곤 했다"며 "이제는 대기업의 부실기업 외에 다른 계열사에 대해서도 대출 심사를 보수적으로 해 신규 대출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B은행도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들의 건전한 계열사 중에서도 조금이라도 부실 징후가 포착된 곳에 대해서는 담보가 없는 신용 대출을 자제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C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 전담역(RM)들한테 대주주의 직.간접적 지원을 절대 기대하지 마라, 믿을 수 없다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과거에는 기업에 여신을 제공하기 전에 `해당 기업은 대주주가 대기업이므로 믿어도 된다`는 언질이 있었으나 이제는 이런 분위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효성과 LIG, 한솔 등의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의 계열사 대출 심사 때도 원칙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기업의 각 계열사의 채무상환능력이나 재무제표 등을 신중히 평가할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은 또 이번 주부터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 원 이상 대기업 2천여 개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신용위험평가에서 대기업 계열사 평가 기준을 강화했다. 대기업 계열사 신용위험평가 때 작년까지 모기업이 `지원 각서`만 제출해도 가점을 줬으나 올해는 구체적인 `지원 계획서`를 내지 않으면 가점을 주지 않기로 한 것.
아울러 주채권은행들은 조만간 실시하는 37개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구조 평가도 강화할 방침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부실 계열사에 대해 `나 몰라라`식으로 등을 돌리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채권단이 주채무계열에 대한 재무평가도 강도 높게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기업에 대해 온정 없이 `원칙`을 고수하는 쪽으로 회수한 것은 최근 대기업들의 `꼬리 자리기` 행태가 빈번해져 은행들이 고스란히 부실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한솔그룹은 지난해 12월 계열사인 한솔건설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효성그룹은 계열사인 진흥기업을 채권단 협약을 맺어 워크아웃을 추진키로 했다. LIG그룹도 최근 채권단과 협의 없이 LIG건설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이 계열사를 키운다고 해서 아낌없이 여신을 제공했더니 기업이 부실해지자 은행과 한마디 논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며 "대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로 은행 부실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모기업이 재산(계열사)을 지킬 의사가 없다면 각 계열사의 신용도 없다는 것이므로 이들에 대해 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며 "대기업의 태도가 바뀔 때까지 `원칙`에 따른 대응 움직임은 계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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