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에서 소프트웨어(SW) 업체와 통신사 간 격돌이 진행 중이다. 2년 전만 해도 양측의 관계는 완벽한 수직 관계였다. 통신사가 `슈퍼 갑`, SW업체가 `절대 을`이었다.
균열이 없어 보였던 관계가 역전의 기미까지 보인다. 권토중래한 SW업계의 반격에 통신주의 미래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힘도 못쓰던 SW업체가 위협 상대로=이통사와 SW업체의 역학 관계 분기점은 스마트폰 상륙이다. 이전까지 SW업체는 이통사에 힘도 못썼다. 이통사가 SW의 탑재 권한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통사가 휴대기기에 넣어주지 않으면 SW업체는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소비자가 직접 SW를 선택해 자신의 기기에 넣을 수 있게 됐다. 판도는 변한다.
초기에는 이통사의 주력 매출원인 데이터 서비스만 건드리는 SW업체가 이통사에 위협 대상이 되지 못했다. 다만 이전과 달리 통제권이 대폭 축소된 현실이 이통사 처지에서 씁쓸했을 뿐이다.
무료문자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들은 휴대폰의 주력 수입원 중 하나인 문자서비스를 침범하고 나섰다. 이제 무료통화 서비스로 음성통화 수입마저 넘보려 한다. 이통사들이 "통신망 유지 관리 비용도 내지 않고, 무임 승차한 것이다"고 뻗대자, SW업체들은 "통신망을 쓴 만큼 비용을 지불하겠다"며 이통사를 압박하고 있다. SW업체에 포털업체가 가세하고 있어 싸움의 양상은 만만치 않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NHN과 다음, 해외에서는 구글이 뛰어들었다.
◆이통사, 큰 영향 없다지만…=SW의 약진에 이통사는 담담한 반응이다. 지금까지 이들이 매출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대외적 반응이다. 그래도 문제를 삼는 건 서비스 질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카카오톡 동시 접속 시 데이터망의 80%가 쓰인다"며 "이렇게 되면 통신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등 무료서비스 SW와 마찬가지로 무료통화 부문도 일정 기본요금 이상의 가입자만 쓰게 하면 큰 문제가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몰고올 변화의 방향에 이통사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앉아서 통신망 사업을 하던 시대가 저물었음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콘텐츠업체 인수 등 이통사의 신성장 동력 찾기도 이 같은 관점에서 풀이된다.
이통사가 독립변수에서 종속변수로 추락한 위상 변화는 실적 전망치에도 연결됐다. 올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작년 최고치에 비해 SK텔레콤은 15.6%, KT는 7.2% 감소했다.
국내 통신주의 주가는 연초 이후 시장에도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4일까지 코스피가 2.21% 오를 때 SK텔레콤과 KT는 4.34%와 10.98% 떨어졌다.
◆요금 자율화가 관건인데=이통사의 향후 실적 안정성은 규제의 강도에서 갈릴 전망이다.
미국 등 스마트폰이 활성화된 국가에서는 통신요금을 올려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했다. 국내 통신 애널리스트들이 스마트폰 시대를 맞이한 통신주의 미래 전망을 밝게 본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통신 환경은 새로운 체제로 변화했지만, 통신업을 보는 시각은 변함이 없다. 통신요금이 주요 물가지수로 해석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많게는 10만원 안팎의 목돈으로 소비 심리에 영향을 주는 통신요금을 방치할 수만은 없다.
기업 환경의 차이로 국내 통신사의 주요 투자지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의 이통사 대비 절반 수준이다.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면에서 OECD 평균은 각각 14배와 2.3배인 데 반해, 국내 3개 통신사의 PER와 PBR의 평균치는 각각 8배와 1배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상장사는 OCED에 비해 평균적으로 20% 낮게 평가받는다"며 "여기에 규제 리스크 등이 추가적인 할인율 30%로 작용해 글로벌 통신사 대비 절반 정도 저평가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매일경제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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