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종 때 홍계관이라는 유명한 점술가가 있었다. 명종이 소문을 듣고 그를 불러 시험을 했다. 궤짝에 쥐가 몇마리나 들어있는지를 맞춰볼 것을 주문했지만 그는 틀린 숫자를 내놨다. 이에 명종은 그가 혹세무민(惑世誣民)한다며 사형을 명했다. 그런데, 쥐의 배를 갈라보니 새끼가 들어있었다. 명종은 ‘아차’ 했다. 급히 사형을 중지할 것을 명했지만 이미 점술가의 목이 떨어진 후였다. 이후 사람들은 그 점술가의 사형을 집행한 장소를 ‘아차산’이라고 불렀다. 서울에서 경기도 구리시로 넘어가는 경계에 위치한, 만해(萬海) 한용운 선생이 잠들어 계신 바로 그 산이다.
최근 MBC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서바이벌 방식으로 기량을 뽐내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다.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첫 경연에서 탈락해야 할 가수에게 재도전 기회를 준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논란은 미리 녹화해 놓은 27일 방송분이 지상파를 타고 나서야 사라졌다. 재도전 기회를 얻은 가수는 물론 동료 가수들은 더욱 분발했고, 경연무대는 큰 감동을 선사했다. 꼴찌를 탈락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자 했던 제작진 의도는 대성공이었다.
그러나, 방송국에서는 이미 담당PD를 교체해버렸고, 재도전을 했던 가수도 자진하차한 뒤였다. 출연진은 크게 동요하고 있고, 프로그램은 재정비중이다. 이제 논란의 중심은 성급하게 담당PD를 교체해버린 방송국으로 옮겨졌다.
국가 연구개발(R&D) 콘트롤타워가 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출범했다. 조만간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을 위한 추진단도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제 관심은 과비벨트를 어디에 설치하느냐로 모아진다. 지자체간 유치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이런 저런 카더라 통신이 나온다. 동남권 신공항과 맞바꿀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비롯해 대부분 정치적인 색깔이 진하다.
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대사다. 입지 선정에서부터 신중을 기해야 한다. 최소한 나중에 ‘아차’하고 후회하는 일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현장에 몸담고 있는 과기계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워야 할 때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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