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대란 속 `일본의 힘`과 IT 이용자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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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연기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이 지진과 원전사고로 고통을 받고 있다. 열도 한 쪽이 물에 휩쓸리고 불에 사그러졌다. 방사능 누출에 따른 걱정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전후(戰後) 최대 국난이자 위기라는 말도 들린다.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만큼 분명 대란(大亂)이다.

 통신대란, 교통대란, 전력대란, 기름대란, 유통대란, 물류대란 등 세상에 존재하는 대란은 모두 등장했다.

 흔히 위기 속에서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기회를 찾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요구된다. 세계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껴안아 또 다른 발전의 시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일본의 ‘힘’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 국민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침착했다. 허기와 추위 속에서 나타날 법한 혼란을 침착과 질서로 이겨냈다. 시간이 가면서 일부 예외는 있었다고 하지만, 대다수가 길게는 하루를 줄지어 서서 꼭 필요한 만큼의 식료품을 구했다.

 불편과 부족 속에서도 ‘나’라는 개인 보다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앞에 두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혹자들은 이를 두고 ‘어떤 경우에도 상대방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오랜 시간에 걸쳐 교육과 학습을 통해 국민성의 하나로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남을 배려하는 일본인들의 DNA에 스며있다는 얘기다.

 눈에 들어온 ‘너’의 모습을 놓고 곧바로 ‘나’와 비교하면서 좋고 나쁨을 싹둑 가르는 일은 위험천만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와 함께 충분히 눈여겨 바라본 후, ‘나’의 나쁨을 걸러내고 좋음을 심을 수 있는 기회로 여기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IT와 관련한 이용자 문화만 해도 그렇다. 아주 좁게나마, 휴대폰 이용문화를 놓고 일본과 우리를 비교하며 ‘배려와 예절’의 필요성을 강조한 지 오래다. 대중공간이나 교통시설 안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아예 전원을 꺼버리는 일본인들의 일상과 상식을 소개하면서, 우리의 ‘내 것 내 맘대로 쓰는데 뭘...’식 행태를 지양하자는 조심스런 목소리였다.

 물론 일본이 IT 이용문화와 관련해 우리에 비해 일반적으로 좋거나 우월하다거나, 반대로 나쁘거나 뒤진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본 속에 자리한 ‘배려와 예절’에 기초해 만들어진 태도를 우리에게 필요한 부분에 빌어와 개선의 단초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바람직하다.

 최초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던 지난 11일 이후 방사능 누출에 따른 문제가 여전한 까닭에 대란종결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피해지역을 중심으로 자발적인 복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더할나위 없는 어려움 속에서 고통받은 이웃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우리 국민들은 한없이 안타까운 마음을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다. 진심어린 눈빛으로 어서 빨리 위기를 극복하고 상처를 치유하길 바라고 있다. 위기 극복과 상처 치유를 위해 나아가야할 일본을 바라보며, 한가롭게 ‘뭔가를 배우자’고 읊조리는 것은 아니다. 대란 속에서 더욱 도드라진 ‘일본의 힘’을 보면서, 위기를 기회를 만들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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