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에 참여해 체험한 현장실습은 ‘체험이 아닌 업무를 숙지하는 과정’으로 느껴질 정도로 실질적이었어요. 병역특례가 끝나면 대학학자금을 받아 대학에 진학해 전자산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부할 예정입니다.”
박석준 삼례공업고등학교 전자통신과 졸업생(19)은 현재 대기업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을 생산하는 150명 규모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한 학생은 기업이 어떤 기술을 원하는지 알 수 없어 마음고생을 한다.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맡은 일도 익숙하지 않아 이중고를 겪는다. 하지만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은 기업이 원하는 기술을 미리 습득하고 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 이런 문제가 해소된다.
1952년 설립된 삼례공업고등학교(교장 김영극)는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학생 수 850여명의 학교다. 2009년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에 참여한 후 5개 과정을 개설했고, 협약을 맺은 기업은 12곳에 이른다. 삼례공고는 초기엔 애로도 많았지만 합심해 노력한 결과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 우수학교’로 선정되는 영광까지 얻었다.
삼례공고는 이 사업을 펼치기에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여러 기업체를 발굴해야 하는데 학교 주변에 공단이 많아 기업체 선정이 유리했다. 학교와 기업 간의 거리가 짧아 기업 맞춤형 교육에 적합했고 학생의 취업률을 높일 수 있다. 더구나 주변 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체라서 학교 교육과정과 연관성도 높아 기업과 협약을 맺고 교육과정을 개발할 때 어려움도 적다.
학교는 먼저 산학연계 맞춤형인력양성사업 협의회를 구성하고 취업 담당교사들이 협약을 맺을 산업체를 방문해 취업 담당자와 접촉했다. 덕분에 교사와 산업체 직원의 관계가 매우 돈독해졌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또 산업체는 교육을 하는 학교의 장비가 부족해 기술교육에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학교를 방문해 참여 학생을 직접 교육하는 열의까지 보여줬다.
이 학교는 협약 관계를 맺은 회사를 토대로 학생을 위한 취업설명회를 마련했다. 학생이 관심이 가는 기업을 직접 방문해 회사의 업무 내용을 개략적으로 파악하고 회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업에도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학생과 면담할 기회를 줬다.
삼례공고는 방학 중 수업에 참여한 학생에게 훈련수당 20만원을 지급했고, 취업에 성공한 학생에게는 120만원의 취업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또 기업별로 현역병 정원 1자리, 보충역 정원 2자리를 확보해 학생들의 병역 문제를 해결했다.
신세일 담당교사는 “기업체에 배정되는 현역병 병역특례 정원이 부족해 취업 후 2년이 지나면 정상 입대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취업 유지가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올해 더 우수한 기업이 함께할 수 있도록 겨울방학 중 미리 기업체와 협약을 통해 학생의 수요를 맞추도록 노력하고, 기업체에 인센티브 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삼례공고와 협약을 맺고 있는 LED 반도체 소자 생산업체 오디텍(대표 박병근)은 이 학교 학생 3명을 직원으로 뽑았다. 이 회사 이학수 부사장은 “과정 담당교사가 직무 분석 및 교재를 개발하는 데 참여해 도면, 작업지시서, 매뉴얼 등 각종 서식을 충분히 제공하고, 개발된 직무분석 자료를 함께 검토해 교육 수준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며 “계속적인 사업 참여로 전문계고 학생의 사회 진출을 돕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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