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녹색기술로 평가받으며, 르네상스를 꿈꾸던 ‘원자력’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안전성 논란에 휩싸이며, 나락으로 떨어졌다. 나라 전체가 이 문제로 시끌시끌하다.
이 같은 논란은 일본 원전사고가 모두 정리되더라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치밀하게 전개해왔던 원자력 안전에 관한 홍보도 바닥부터 다시 해야 한다. 지난 2004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미량의 중수가 누출됐을 때 시민단체가 들고 일어나자, 당시 하나로 이용연구단을 이끌던 박경배 박사는 시민단체 앞에서 안전을 믿어달라며 ‘중수’를 따라 마셔 보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쌓아왔던 원자력 안전에 대한 인식이 일시에 무너져 내렸다.
안전성을 따지는 핵심 요인 중의 하나는 원자로 내진설계다. 일본의 경우 진도 7.9 규모로 지어졌고, 우리나라는 6.5로 설계됐다. 그러나 내진설계 부실에 의한 원자로 파손은 이번 일본 원전사고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보조 발전기가 문제를 일으켰다.
사실 항간에서는 불안하니 내진설계 기준이라도 높이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내진설계 기준을 진도 6.5에서 7.0으로 높이는데, 설계비만 1000억원 가량이 더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건설 비용이 올라가면 그 만큼 전기요금도 함께 올라간다. 현재는 원전의 전기생산 단가가 가장 싼 것으로 돼 있다.
또 하나 눈여겨 볼 것은 후쿠시마 1원전에서 문제를 일으킨 원자로 1~4호기 모두 비등형경수로(BWR) 3, 4버전으로 구형에 속한다는 것이다. 사고가 경미했던 5호기는 BWR-4, 6호기는 BWR-5다. 5호기에 대한 비상 전력공급이 6호기를 통해 이루어졌다. 후쿠시마 원전 1호기는 지난해 설계수명 40년을 다하고, 연장 가동 중이었다.
현재 국내에서도 고리 원전 1호기가 지난 2008년 설계수명 30년이 지나 10년간 연장 운영되고 있다. 내년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 원전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에 10년 연장 운영을 위한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안전을 우선할 것인지, 전기를 싸게 쓸 것인지 정부 입장에서 보면 딜레마일 수 있다. 안전도 지키고, 전기도 싸게 쓸 묘안 어디 없을까.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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