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이광구 트레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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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과 같은 길을 걸었다면 트레이스가 10년 동안 살아남을 수 없었을 거예요. 변화 흐름을 빨리 읽고, 기술력을 축적하지 못했다면 그저 그런 업체 중 하나로 남았겠죠. 고루한 편견을 깨기 위해 저는 오늘도 물구나무를 섭니다.”

 이광구 트레이스 사장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감회를 이 같이 설명했다. 냉혹한 시장 환경 속에서 10년간 기업을 이끌어온 CEO의 감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레이스는 KAIST 박사 동기인 이광구 사장과 김홍채 부사장이 지난 2000년 공동으로 설립한 휴대폰 플래시모듈 전문기업이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제논 플래시 카메라모듈을 개발했지만, 휴대폰에 적용하기까지는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시장보다 기술이 너무 앞선 탓이다.

 “플래시를 위해 휴대폰을 3만 볼트까지 승압을 해야 하는데, 이게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했어요. 회로에 부담이 갈까봐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적용을 꺼린 거죠.”

 그러나 기회는 곧 다가왔다. 소니에릭슨이 휴대폰에 제논 플래시를 적용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덕분이다. 국내 휴대폰 업체들도 잇따라 플래시 모듈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순풍에 돛을 단 듯’ 트레이스는 성장했다. 2009년에는 LED로 플래시모듈을 개발했다.

 플래시모듈이 상용화되면서 회사 색깔도 변했다. 2005년 이전까지는 순수한 개발 회사였지만, 이후에는 제조까지 손을 대야 했다.

 “회사가 더욱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조 부문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죠. 반대도 많았지만, 결국엔 임직원 모두 저의 결정을 믿고 따라줬습니다.”

 올해는 터치 사업을 신규로 진행하면서 ‘제2의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는 창사 이래 최대 투자금인 130억원을 과감히 투입했다. 국내 경쟁업체와는 달리 ITO(인듐·주석산화물)글라스를 적용한 터치스크린패널을 추진하고 있다. ITO 글라스 터치패널은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적용하면서 유명해진 기술이다. 윈텍, TPK 등 대만 업체들이 선점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사실 트레이스는 국내에서 초창기에 터치스크린 사업을 시작한 업체로 손꼽힌다. LG 프라다폰에 처음 터치 스크린을 공급한 주인공이 바로 트레이스다. 그러나 프라다폰 이후 돌연 터치 사업을 정리한다. ITO 필름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ITO 글라스 부문에서 기술력을 축적하기 시작했다. ITO 글라스 개발은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인내의 시간은 달콤한 과실을 가져다주었다. 자동화 공정 장비까지 직접 제작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한 것이다.

 이 사장은 “필름식 터치스크린 개발은 6개월 걸렸는데, 글라스 방식 터치스크린은 2년 걸렸어요. 올해 터치스크린 사업으로 총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습니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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