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과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 등 대외 악재로 국내 증시가 출렁이면서 올해 기업공개(IPO)를 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의 무관심에 울상을 짓고 있다.
연초부터 강세를 보인 글로벌 증시 흐름을 믿고 IPO를 한 기업들이 최근 주가 약세에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18개 기업 중 15곳(83.33%)이 21일 종가 기준으로 상장 당일 주가를 밑돌고 있다.
올해 초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두산엔진의 21일 종가는 2만1천200원으로 상장 당일 종가(2만5천700원)보다 17.51% 낮다.
같은 달 25일과 지난달 21일 상장한 중국고섬과 현대위아도 각각 17.03%, 0.28% 내린 상태다.
그나마 일진머티리얼즈가 1만8천500원으로 31.21% 올라 선방했다.
코스닥시장은 상황이 더 나쁘다.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14개 기업 중 10개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1월 24일 상장한 다나와는 상장일 종가보다 46.92% 내린 1만1천650원에 거래돼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인트론바이오(-43.56%), 인텍플러스(-42.73%) 등도 40% 이상 내렸다.
씨그널정보통신(-37.99%), 티피씨글로벌(-35.21%), 딜리(-34.44%), 케이아이엔엑스(-31.01%), 티에스이(-30.46%) 등의 주가도 상장 당일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연초 대비 등락률은 각각 -2.32%, -0.81%라는 점을 고려하면 새내기주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올해 상반기 중 기업공개를 계획했던 기업들도 고심에 빠졌다.
아직 상장 일정을 조정한 기업은 없지만,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간다면 공모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결과적으로 기업들이 IPO를 미룰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로 2007년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도 약세를 나타내자 이미 상장 예비심사를 받은 기업들이 줄줄이 거래소의 승인을 받아 상장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예비심사 통과 후 6개월 내에 상장하면 돼 아직 상장 연기를 신청한 기업은 없지만, 과거 시장이 급변할 때 연장을 요청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작년에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 열풍이 사그라지면서 스팩들이 줄줄이 공모를 연기한 바 있다. 최근에도 주가가 조정을 보이자 IPO를 추진하던 기업들이 일정을 조정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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