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009년 공공기관으로 전환된 한국거래소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한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20일 기자와 만나 "한국거래소를 뿌리부터 확 바꿔버리겠다"며 한국거래소 소유ㆍ지배구조 개혁과 경쟁 시스템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독점 구조에 힘입어 막대한 이익을 쌓아놓고도 효율적 운영을 등안시해온 한국거래소 시스템에 본격적인 변화 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자본시장법 개정을 위한 민관합동특별위원회는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꿔 소유ㆍ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ECN 등 대안 거래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한국거래소와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것은 독점적 구조 때문"이라며 "그걸 마치 한국거래소 임직원들이나 회원사가 돈을 번 것으로 착각하면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작심한 듯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직접 겨냥해 "한국거래소는 힘이 있어야 한다. 한국거래소가 중심을 잡고 힘을 발휘해야 시장 규율 기능도 살아날 수 있다"며 "지금 한국거래소는 예전에 비해 권위가 많이 약해졌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거래소 이사장이 민간에서 나오면 절대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은 현재 독점체제인 주식거래 시스템에 `경쟁 논리`를 도입하고 한국거래소 소유ㆍ지배구조까지 본격 개편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스템 개편과 함께 인적 쇄신 필요성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자산총액이 2조2000억원 수준인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조4850억원 규모의 이익잉여금을 쌓아놓고 있다. 2009년보다 이익잉여금이 2165억원 늘어난 것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자산총액 대비 절반 이상의 이익잉여금을 그냥 쌓아만 두고 있는 것은 자본시장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며 "경쟁력 향상을 위한 별다른 투자도 하지 않고 막대한 이익만 쌓아놓은 현재의 시스템은 분명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꾸 이익만 쌓아두다 보니 임직원들에 대한 처우개선만 생각한다는 오해를 받는 것도 일면 당연하다"며 "시장을 독점해서 이익만 쌓아두는 시스템은 정말 비효율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쌓아놓고도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2839억원, 2009년 대비 46% 증가)을 내 증권업계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는 수수료 경쟁으로 등골이 휘어지는 판에 한국거래소는 높은 수수료율로 해마다 배를 불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거래소는 회원사인 증권사로부터 주식거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수수료 수입이 한국거래소 순이익의 원천이다.
증권사들은 고객들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에 거래소 수수료를 포함시킨다. 그러나 거래소 수수료가 제대로 인하되지 않다 보니 증권사들은 자기 이익을 줄이면서 고객 대상 수수료를 낮추는 등 출혈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요 증권사 임원들은 최근 금융위 자본시장과 실무 관계자들과의 조찬 자리에서 수수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불만이 높아지자 한국거래소는 적정 수수료율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매일경제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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