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대지진과 해일 피해를 입었지만 한ㆍ일 간 교류ㆍ협력사업은 이를 계기로 더 강화돼야 합니다. 60여 년간 일본에 살면서도 내 조국을 향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일본 기술자들을 우리나라 중소기업에 연계해주는 사업을 계속해 조국의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손성조 IBB그룹 회장(80)은 `조국`과 `애국심`이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했다. 손 회장은 재일 기업가로 지난 2009년 사재를 출연해 `국제 인재 뱅크(International Brain Bank)`라는 뜻을 가진 IBB그룹을 세웠다. 그는 파친코 업체와 한국 식품을 유통하는 종합상사, 인쇄업체 등 총 9개 기업의 오너이자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연간 180억엔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다. 그러나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죽기 전에 조국을 위해 무언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고심 끝에 2006년 IBB그룹을 세웠다. 6월에 IBB재팬을 설립했고, 12월에는 IBB코리아를 세웠다. IBB그룹은 일본의 대기업 제조업 분야에서 핵심 기술을 개발하다가 정년퇴직한 기술자들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고문으로 활동하며 선진 기술을 전수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주고, 반대로 우리나라 IT 기술자를 일본 업체에 연계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현재 주력 사업은 일본 기술자를 한국으로 초청하는 일이다. 오는 4월 26일에는 제5회 일본 기술자 매칭 상담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내 생업은 따로 있지만 조국을 위해서 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돈을 벌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앞선 기술을 이전받아 성장 속도를 가속시키고, 우리나라와 일본이 함께 손잡고 중국, 동남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을 보는 게 내 꿈입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와 일본의 기술에는 10년 정도 격차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핵심 부품과 소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다보니 대일 무역 적자가 해소되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 이런 역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선진 기술을 하루 빨리 전수받아 우리나라가 부품ㆍ소재 강국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우리나라 사람과 일본인 사이에는 능력의 차이는 없지만 기술 수준에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일본보다 근대화가 늦어져 지금과 같은 기술 격차가 발생했지만 얼마든지 따라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 회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일은 본래 정부에서 추진해야 하는 일이지만 애국사업이라고 여기고 직접 나서서 하게 됐다"며 "일본 기술자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술자를 초빙하려고 해도 중소기업의 자금력 부족으로 보수에 합의를 하지 못해 불발되는 경우도 꽤 많아요. 정부가 기술 이전에 필요한 비용을 정책자금으로 지원하면 수입 제품의 국산화가 조속히 이뤄질 것입니다."
손 회장은 우리나라의 IT 인력을 일본 기업에 소개하는 사업도 더 활성화할 방침이다. 날로 심화되는 우리나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나라의 선진 IT 기술을 일본에 전수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우리나라 IT 기술자를 일본에 다수 소개했지만 지금은 수요가 없는 상황입니다. 일본의 경기회복에 대비해 이 사업도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그는 IBB그룹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막상 취업이 안 된 우리나라 IT 기술자 9명에게 2년 넘게 월급을 지급하며 재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IT 기술자를 파견할 일본 업체를 찾기 위해 영업사원 10여 명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추후에는 30명 수준으로 확대해 더 많은 기술자를 일본 회사에 소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학벌이나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실적에 따라 보수를 지급해 능력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32년생인 손 회장은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다가 1954년 일본으로 건너가 1960년에 메이지대 정경학부를 졸업했다. 그 후에는 남북통일운동을 추진하다가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도쿄 시내에 있는 10층 규모 임대빌딩 5개를 매입했다. 앞으로 2~3개를 더 사들여 부동산임대업도 해볼 생각이다.
[매일경제 강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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