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 시장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3월 처음으로 선보인 스팩제도는 유망 기업의 인수를 돕는다는 측면에서 큰 관심을 모았지만 1년 동안 M&A 실적이 전무해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대신증권그로쓰알파스팩이 터치스크린 패널 제조사인 썬텔과 첫 M&A에 성공하며 분위기가 다소 바뀌게 됐다.
스팩은 증시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업계에 새로운 활력소다. 상장(IPO) 이외에 마땅한 자금회수 대안이 없던 벤처캐피털업계 입장에서는 좋은 기회가 된다. 스팩에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참여함으로써 자금회수 기회가 늘어나고 이 자금은 벤처 재투자로 이어져 선순환 벤처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크게 반길 만하다.
스팩 활성화를 위해서는 넘어야할 몇 개의 산이 있다. 핵심은 지난해 말 개정된 ‘자본환원율’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이 자본환원율을 5%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부실기업의 우회상장을 막기 위한 조치다. 비상장사는 우회상장 과정에서 수익가치를 기업 평가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수익가치는 주당순이익을 자본환원율로 나눠 구한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버는 기업의 자본환원율이 5%라면 수익가치는 2억원이 된다. 하지만 상향조정된 자본환원율이라면 기업의 수익가치는 1억원으로 크게 떨어진다. 결국 기업가치 하락은 M&A 무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십년 키워 온 자식같은 회사를 헐값에 넘기는 CEO는 없기 때문이다.
부실기업을 걸러낸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옥석을 가리는 예외 조항이 있어야 한다. 우량기업을 똑같은 범주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국내 증권가에 불고 있는 스팩이 벤처자금 투자 및 회수시장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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