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변덕을 부리던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따뜻한 봄 햇살을 기대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봄 나들이 가기 좋은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모처럼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소중한 사람들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기이지만, 나른하고 기운이 없는 춘곤증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자 떠난 나들이인데 춘곤증으로 망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들이와 함께 맛과 영양으로 기운을 돋워줄 음식을 찾아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이 많은 한국의 지형상 대부분의 관광지 내 유명한 식당에는 산채를 주재료로 한 산채비빔밥과 산채정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들이 빠지지 않는다. 흔한 식재료지만 산의 정기를 머금은 산나물만큼 맛과 향, 영양을 고루 갖춘 음식을 찾기 쉽지 않으니 활기찬 봄을 맞이하고 싶다면 걸러서는 안 될 음식이다.
남산 나들이에 나섰다면 남산골산채집(서울 중구 예장동, 02-755-8775)을 추천한다. 모던하고 깔끔한 식당에서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산채요리를 맛볼 수 있다. 산채보쌈정식과 산채비빔밥도 2가지씩 있으니 입맛에 맞게 골라먹을 수 있다. 왕돈까스도 유명해 어린이를 동반한 나들이객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 점봉산산나물(서울 서초구 서초동, 02-595-6660)은 인제 점봉산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요리하는 곳이다. 싱싱하고 다양한 산나물 고유의 맛을 살리고자 강하지 않은 양념을 사용한다. 지나치게 토속적이지 않은 균형 잡힌 맛을 제공해 외국손님에게도 소개해 볼 수 있는 맛이다. 감로당(서울 종로구 통의동, 02-3210-3397)은 백년초 김치, 산약초 소스 샐러드, 신선초 무침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재료를 활용한 음식과 더덕무침, 기본적인 산나물무침 등을 제공하는 코스요리 사찰음식점이다. 가격이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맛과 건강은 물론, 낯선 재료들을 사용한 정갈한 음식에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남산 산책길에 근사한 한옥을 발견했다면 목멱산방(서울 중구 예장동, 02-318-4790)일 확률이 높다. 전통차와 산채비빔밥을 즐길 수 있는 카페 겸 식당인 이곳은 맛도 정갈할 뿐 아니라 놋그릇에 담겨 나오는 비빔밥과 직접 끓여 만든 전통차도 정성스럽다. 가격 부담도 없고, 주변 경치도 뛰어나다. 산채촌(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031-911-4387)은 제철 나물을 이용한 산채정식을 맛볼 수 있다. 다양한 산나물 외에 정식에 함께 포함된 더덕과 도토리 무침 맛도 좋다. 계절별로 나오는 나물에 차이가 있지만 깔끔한 맛은 변함이 없는 곳으로 돌솥밥과 함께 먹다가 양념장에 비벼 먹어도 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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