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기업-中企 녹색격차 줄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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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녹색성장에 있어서 중소기업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각종 녹색사업들이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는 부품·소재 분야 중소기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그 구상과는 달리 국내 중소기업의 녹색성장 참여는 매우 저조하다.

 현재 국내 중소기업들의 경우 녹색성장 관련 기업은 9% 정도다. 이중에 핵심부품 업체는 2.5%에 불과하다. 사실상 전무하다고 해도 무방하다.

 국내 한 과학기술협회 전문연구원은 이를 놓고 ‘녹색 격차’라는 표현을 했다. 대기업이 녹색성장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은 제자리를 걷고 있다. 양측의 기술과 문화적 괴리감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녹색 격차’는 향후 녹색성장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기업과 정부가 아무리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해도 산업적 하부구조를 형성하는 중소기업의 뒷받침이 없다면, 신성장 엔진은 멈춰설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국내 대기업들의 모든 녹색사업이 외국계 중소기업 부품·소재 기반위에 진행될 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태양광 관련 히든챔피언 자리는 선텍·잉리솔라 등 중국회사들이 꿰찬지 오래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녹색성장 히든챔피언이 되기에 앞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인력’이다. 대기업과 공무원 선호 풍토에서 중소기업이 고급 인력을 뽑기는 하늘에 별따기만큼 힘들다. 중소기업들이 될성부른 인재를 뽑아 전문인력으로 키우겠다는 것은 고육지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자금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직원교육에 비용을 투자한다는 것은 항상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나마 조금 키웠다 싶은 인력들은 대기업으로 이직하기 일쑤다. 녹색성장 분야에서도 이와 같은 인력이동이 여지없이 벌어지고 있다.

 범세계적인 녹색성장 기조에 맞춰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녹색분야 사업을 검토하고 관련 인력 확보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녹색 전문인력은 대기업에 둥지를 틀고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있다. 여건이 안되는 중소기업들에게 녹색성장은 남의 일이 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한국이 향후 10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부품소재 핵심기술을 갖춘 히든챔피언 육성의 필요성을 말한다. 녹색성장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에 녹색성장의 하부 구조를 탄탄히 하기 위해선 비전과 로드맵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을 타깃으로 한 녹색관련 인력, 지원 프로그램 등 인프라 조성 실행계획이 우선 필요하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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