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투리드(Room to Read)’라는 단체가 있다. ‘히말라야 도서관’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려진 이 단체는 현재 네팔·베트남·인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아이들을 위해 150만권의 도서 기증, 3000개의 도서관 건립이라는 놀라운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미국의 평범한 엄마·아빠·이웃들이 자신이 즐겨보던 혹은 아이에게 읽어주던 책들을 십시일반 모으는 사소한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개인의 작은 정성이 하나둘씩 쌓여 지금의 ‘룸투리드’의 기적 같은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요즘 대한민국의 밤거리는 휘황찬란하게 빛나던 어제의 모습과는 달리 대부분의 조명이 꺼져 어두운 낯선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풍경 속에는 옥외조명·네온사인 등 야간조명을 꺼야 하는 우리 국민들의 불편과 하소연이 녹아있다.
경기 사정도 어려운데 호객행위를 위한 간판 조명까지 꺼버리니 장사가 더욱 힘들어진다는 상인들의 푸념과 호소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연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 값과 그만큼 힘들어지는 가계와 기업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에게는 그 무엇보다 개개인의 작은 노력과 희생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 권, 두 권 모인 책과 5달러, 10달러씩 모인 기부금이 전 세계 개발도상국 아이들의 미래를 바꿔 놓았듯이 지금 우리가 끄는 조명하나 하나는 커다란 노력으로 모여져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암흑이 아닌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할 것이다.
에너지절약이 언제나 불편하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근 정부는 국민들이 신바람 나고 즐겁게 에너지절약을 실천할 수 있도록 흥미로운 국민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학생·직장인·주부·전문가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대국민 에너지절약 아이디어 공모전’ 얘기다. 이번 공모전은 생활 속 에너지절약 아이디어를 내면 그중 우수 아이디어를 뽑아 최대 500만원의 상금과 에너지 공기업 인턴채용이라는 파격적인 보상을 준다.
작년 한해 전 국민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슈퍼스타K의 허각이나 존박처럼, 에너지를 아끼는 국민 중에서 ‘에너지절약 슈퍼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절약을 실천한 우수가구는 전기·가스·난방비도 아끼고, ‘우리가 에너지절약 국가대표!’ 방송의 주인공도 되며, 최대 500만원의 상금도 받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가 에너지절약에서 파격적인 이벤트를 벌이는 것은 국민들의 에너지 절약 노력이 가져올 놀라운 성과를 다시 되돌려주기 위함이다. 즐거운 에너지절약 실전에 국민의 노력과 정부 정책의 한 데 어우러짐이다.
지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당당히 의장국으로서 품격 있는 행사를 개최했다. 에너지절약에 대해 끊임없이 효과적인 방안을 논의하고 시민단체의 자발적 활동도 늘어나고 있는 지금 한국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이젠 저탄소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선진 국민으로서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에너지절약을 실천해 나가야 할 때다. “나 하나쯤이야”가 아니라 “나 하나부터”라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한다면 우리들의 작은 노력이 모여 고유가위기를 넘어선 에너지 강국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도경환 지식경제부 에너지절약추진단장 khtoh@mke.go.kr
-
조정형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