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LG디스플레이 등 대기업을 비롯해 부품소재, 장비 등을 망라한 국내 전자업계가 일본 대지진의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직 현지 업계의 정확한 피해 상황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수급 문제 및 엔화 상승(평가절하)에 따른 수출 영향 등이 커질 수 있어 중장기적인 파장 분석에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일본에 대부분의 부품소재를 의존했다가 지난 1995년 고베 대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부품소재 구매처 다변화, 의존도 축소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만큼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상대응 시나리오=삼성전자는 별도의 전사적인 대응 조직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사업부별로 일본 경쟁 업체 및 구매선의 피해 여부를 파악하면서 향후 영향 분석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비상대응 시나리오에 따라 협력사 포함 30일치 재고를 확보하는 한편 부품 수급 다변화 등을 추진해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1995년 고베대지진 때는 일본의 부품소재 구매 의존도가 50% 정도여서 큰 어려움을 겼었지만 현재는 30% 수준으로 낮춘 상태”라며 “비상대응 시나리오대로 준비를 해온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항·항만을 비롯한 물류 기반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는 점에서 일본 원천 소재 수급에 영향이 있을지 등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LG, 위기대응상황실 가동=LG전자는 지진이 발생한 11일 저녁부터 여의도 트윈타워에 법인관리·인사·구매·대관·홍보 등 유관부서 인력으로 구성된 위기대응상황실을 가동 중이다. LG는 도쿄에 판매법인, 연구개발(R&D)센터 등을 두고 있지만, 지진 당시 100여명의 직원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로부터 반도체 회로 부품, LCD 및 모듈 등을 공급받고 있지만 그 비중은 높지 않다”며 “일부 업체가 지진 및 쓰나미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지만, 생산에 필요한 기본 재고를 확보 중이므로 당장의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영수 LG경제연구연 연구위원은 “TV·휴대폰·반도체·LCD 등 국내 대표 전자산업은 현재 주요 부품단까지는 국산화 비율이 높아 당장 생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석유화학 제품 등 원천 소재 분야에서는 아직도 일본 의존도가 커 향후 원가 상승 및 수급 상황 악화 등의 우려 등에 대해서는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유리기판 등 LCD 패널 제조에 사용되는 일부 원자재 수급과 관련해 일본 업체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이방성도전필름(ACF)을 생산하는 소니케미컬의 경우 공장이 도쿄 동북쪽에 위치해 공장이 일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하지만 충분한 단기 자재를 확보하고 있어 당장 생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유리기판·드라이버IC·광학시트·램프 등을 공급하는 일본 현지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별다른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경우 핵심 장비를 일본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수급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지 업체들의 피해 상황을 파악한 결과, 장비 수급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LCD 생산라인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는 LG디스플레이도 현지 장비업체들이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밝혔다.
◇향후 파장에 예의 주시=국내 중소 부품소재 업체들도 현지 상황 파악 및 향후 파장 분석에 분주하다. 국내 광학필름 업체의 한 관계자는 “소니케미컬의 프리즘 생산라인이 이번 대지진으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초 원자재인 PET필름 생산라인 경우 특별한 피해 상황은 보고되지 않았지만, 현지 물류 상황 등의 영향으로 수급에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원자재 수급 외에 국내 전자업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는 엔화 상승(평가절하)에 따른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의 약화 가능성이다. 한영수 연구위원은 “엔화 상승으로 인해 일본 제품의 수출 가격 경쟁력이 회복될 경우, 대부분의 품목에서 경쟁 중인 우리나라 전자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며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일본이 국가적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연구개발을 통해 전자 제품의 경박단소화를 이뤄냈듯이, 일본대지진이 일본의 국론을 통일시키고 위기를 극복하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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