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아시아 스마트폰 요금제 살펴보니

뉴욕주 변호사인 권지영 씨(30)는 최근 한국에 와서 통신사 대리점에서 스마트폰을 구입하려 했다가 의아해 했다. 미국서 쓰던 통신사업자(버라이존)는 음성과 데이터양을 각각 선택할 수 있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매월 내는 `요금`에 맞춰 음성과 데이터가 포함된 요금제를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

권씨는 "버라이존에서는 홈페이지에서 음성, 데이터 사용패턴을 알 수 있고 가상으로 요금을 설계하는 사이트도 많은데 한국은 개인별로 요금 설계를 안해준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음성통화와 데이터, 보조금이 결합된 스마트폰 요금제를 사실상 강제받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 통신서비스 선진국에서는 통신 이용량과 습관에 따라 요금제가 설계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매일경제가 미국 AT&T, 유럽의 오랑주, 보다폰, T모바일과 아시아(싱가포르)의 싱텔 등의 아이폰 요금제를 분석한 결과 음성전용 및 데이터전용 요금제가 있고 선불요금제, 무약정 요금제 등이 골고루 존재했다. 음성과 데이터가 합쳐진 요금제라도 12~24개월 등 약정기간과 사용량에 따라 다양했다. 한마디로 `뷔페` 음식 고르듯 스마트폰 요금제를 조합할 수 있다. 특히 유럽의 오랑주는 아이폰을 출시하며 음성과 데이터 요금을 분리했고, 데이터도 음악서비스, SNS, 채팅, 글로벌 로밍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옵션형`으로 소비자가 요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음성통화도 사용량에 따라 이용자가 30파운드(150분)~35파운드(400분)를 고를 수 있고 지도, 포토서비스를 이용하면 여기에 4~30파운드를 더 내야 한다.

데이터와 음성이 결합된 요금제는 더 많다. 오랑주는 음악서비스, SNS, 채팅, 글로벌 로밍 등의 특화서비스에 맞춰 몽키, 돌핀, 카나리, 라쿤, 카멜 등의 동물이름을 넣은 옵션형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20유로에 `카나리` 요금제를 선택하면 200분 무료통화와 200개 무료문자를 사용한다. 데이터를 더 쓰고 싶으면 10유로를 더내 돌핀을 선택하면 문자 300개 무료가 추가된다. 유럽 보다폰은 아이폰 요금제만 7개가 존재한다. 월 이용량(45~100달러)에 따라 음성통화와 데이터 사용량이 다른 요금제도 있고 상품별 무제한 요금제도 있다.

특히 보다폰은 아이폰, 갤럭시S, 블랙베리, HTC 등 스마트폰에 따라 요금제가 다르며 홈페이지에는 가장 많이 찾는 요금제와 이용자에게 최적화된 요금제를 소개하고 있다. 아시아(싱가포르 중심)의 글로벌 이통사 싱텔은 스마트폰 일괄 요금제 4개와 음성전용 7개, 데이터전용 9개 요금제에서 조합할 수 있도록 했다.

엘리사 전 미연방비상관리국(FEMA) 미디어담당관은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데이터 요금제만 선택해서 쓰는 사람도 많다. 음성통화는 밤 9시 이후, 주말이 공짜인 경우가 많고 스마트폰 전용 앱을 켜서 데이터를 활용해 음성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국도 다소 복잡하더라도 요금제를 다양화하고 소비자 이용 습관에 맞게 이통사가 안내해서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종봉 아틀라스리서치 대표도 "한국도 외국과 같이 아이폰이나 갤럭시S와 같은 인기 있는 단말기는 특화된 요금제가 나올 것으로 본다"며 "결국 음성통화와 데이터가 분리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황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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