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 전략가들은 차세대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상생 마인드’를 꼽는다.
심지어 제조업에서도 이제는 누가 더 잘 만들 수 있는지가 아닌 잘할 수 있는 파트너를 갖고 있는지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아이팟·아이폰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애플이 최고의 기업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협력사들과 이익을 공유한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국내 기업들이 왜 세계 최고의 제조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사업 모델을 먼저 생각하지 못했는지의 의문에 대한 답도 상생에서 찾는 분석들이 많다.
앞으로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의 경쟁력은 ‘잘하는 것이 아닌 잘하는 누군가와 협력할 수 있는’이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생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진행될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에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애플은 혁신적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성공으로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애플은 이 같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스마트패드인 아이패드에 이어 아이티브이를 출시함으로써 TV와 PC·아이폰을 인터넷과 앱스토어로 연계해 IT산업 전반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의 이 같은 전략이 성공할지에는 아직 의문의 시각이 많다.
하지만 애플이 바꾸어 놓은 에코 시스템이라는 경영 환경은 경쟁사들도 애플 추격을 위해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큰 변화를 가져온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 애플이 바꾸어 놓은 에코 시스템은 어떤 모습일까.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용한 전략은 아이팟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을 단시간에 장악했던 전략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사용자 환경과 디자인 등에서 애플이 이전에 갖고 있던 강점도 크게 작용했지만, 아이팟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온라인 음악 스토어인 ‘아이튠스’에 있다. 아이팟과 온라인 음악 스토어를 결부시킨 새로운 도전이 성공한 것이다.
스마트폰 경쟁에서는 한발 더 나아갔다.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를 생산자로 끌어들인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애플은 앱스토어라는 모바일 콘텐츠 거래 장터를 만들어 질 좋고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함으로써 스마트폰 혁명을 가져왔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자기 몫을 지나치게 챙기기보다는 산업 생태계의 협력자들인 콘텐츠 제공자에게 수익의 70%를 배분하는 상생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냈다.
MP3플레이어나 스마트폰이 제품 자체보다는 콘텐츠와 묶여야 진정한 힘을 낸다는 플랫폼 상품에 대한 이해를 경쟁자에 비해 한발 빠르게 간파한 것이다.
반면에 한국의 IT 기업들은 최근 MP3플레이어, 와이브로 등 세계 최초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표준 장악 및 주도권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애플이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때도 애써 ‘찻잔 속의 태풍, 스쳐가는 바람’ 정도로 치부했다.
그 결과 새로운 게임의 룰을 파악하지 못했던 국내 기업들은 허겁지겁 따라하기에 바쁘고, 빼앗긴 시장 주도권을 찾아오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개방을 표방한 ‘안드로이드’ OS를 내세운 구글이라는 동지를 만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콘텐츠는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지만, 단말기나 OS는 독자 모델만을 고집하며 또 다른 장막을 치고 있는 애플의 취약점을 철저히 공략해 가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 시장을 장악한 뒤에도 언제까지 협력자로 남아 있을지는 의문이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시장의 협력자를 찾아 상생의 기치를 올리고 있지만, 남는 게 없는 동업자라는 꼬리표가 달린 국내 대기업들이 넘어야 할 산은 높아 보인다. 이런 현상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 사업자에게도 동일하다.
애플의 사례처럼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산업 생태계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산업 생태계 내 협력자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배분하고 이들을 지원함으로써 상생을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것은 이제 진리다.
흐름을 주도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때로는 경쟁사와도 협력해야 한다. 더 나아가 협력 상대가 안 될 것 같은 작은 기업, 개인과도 상생까지도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단기 성과주의나 자기 이익 챙기기에 집착하여 독불장군식 행태를 보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자기 발등을 찍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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