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TV 산업으로 본 도전과 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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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

 

 지난 70년간 전자 산업의 역사를 살펴보면, TV산업을 주도한 기업과 나라가 글로벌 전자 산업의 강자 자리에 있었다. 1940~1960년대 미국 RCA, 1970~2000년대 초 일본 소니가 대표적이다. 최근 미국 유통 관계자와 식사를 하던 중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소니가 트리니트론 브라운관 TV로 세계 TV 시장을 석권하고 있을 때, 우리 매장에서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사면서도 소니 제품이 없냐고 하는 고객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농담처럼 던진 한마디였지만, 많은 것을 시사하는 말이었다. 그만큼 TV라는 제품이 브랜드 가치를 축적하는 데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시장 규모만 봐도 작년 기준 1200억달러 수준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두 배에 가깝다. 또 TV산업은 LCD 패널·반도체 등 부품에서부터 유통·방송·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전후방 연관효과가 매우 큰 매력적인 비즈니스다. 그런 만큼 경쟁도 치열해서 전 세계 370여개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비즈니스 정글이다.

 지금까지 TV산업에는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두 차례의 큰 변화가 있었다. 1970년대 컬러 혁명과 2000년대 디지털 혁명이다. 이를 거치면서 TV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TV 시장 규모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주목할 점은 두 번의 혁명을 거치면서 그 때마다 산업의 주도권을 잡는 기업과 국가가 바뀌어 왔다는 사실이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흑백 TV 기술의 주도권을 잡은 미국과 유럽의 전자 회사가 세계 전자업계를 이끌어 왔지만 ‘1970년대 컬러혁명’ 이후에는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본 회사가 세계 TV 시장을 석권했다. ‘2000년대 디지털 혁명’을 거치면서는 드디어 과감한 투자와 스피드 있는 R&D를 기반으로 한 한국 업체가 디지털TV 시장을 시작으로 전자산업 전반을 이끌어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시대를 이끈 터닝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1998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의 디지털 TV를 출시했을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일본 업체는 디지털로 전환보다는 기존 제품의 화질과 성능을 더 높이는 데 집중한 반면에 후발 주자인 한국 업체는 ‘디지털’이란 TV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주목했다. 디지털 혁명 이후 한국 전자업체는 뛰어난 제품력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원천기술에서 세트까지 세계 TV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2011년 현재, TV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던져 본다. 디지털 시대에 패권을 빼앗겼던 일본 기업과 거대한 내수시장을 무기로 한 중국 기업이 스마트 시대 TV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해 전면전에 나섰다. 뿐만 아니라 구글·애플 등 전통적 TV 업체가 아닌 IT기업도 소프트웨어, 콘텐츠 역량을 기반으로 이 사업에 뛰어 들었다.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어그리게이터(Aggregator), 메이저 방송사나 영화사까지 직간접적인 참여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제조업체끼리 경쟁했던 TV 사업이 이제 TV라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 되는 그 경계 자체가 모호한 새로운 시장으로 질적 변화했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모바일 제품만이 아니라 TV와 같은 가전의 ‘스마트 시대’ 도래를 오래전부터 예측하고 준비해 온 만큼 세 번째 혁명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믿는다.

 위기가 곧 기회라고 하지 않았는가. 유관 산업과의 유기적 생태계 구성, 혁신적인 기술로 TV 사업의 지평을 새롭게 하는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금인 것이다.

 bkyoon@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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