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최근 4세대 이동통신(4G) 기술인 ‘LTE 어드밴스트’를 개발, 완료하고 세계 최초로 실내외 시연에 성공했다. LTE 어드밴스트는 HSDPA에 비해 전송속도가 최고 40배 이상 빠르고 CD 한 장(700MB 분량)을 불과 9.3초 만에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1995년 CDMA(2G) 상용화, 2000년대 초 WCDMA(3G) 핵심기술 개발, 2006년 휴대인터넷인 와이브로(3G) 시스템 개발에 이어, 이번 4G 이동통신기술 발표는 IT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비스 측면에서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을 원활하게 소통시킬 뿐만 아니라 시속 350㎞로 이동하면서도 끊김 없이 고선명의 3D 입체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산업 측면에서는 단말을 비롯한 기지국, 네트워크 장비 부문에서 2021년까지 총 363조원의 내수시장을 창출하고, 세계 시장점유율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그러면 ETRI는 왜 LTE 어드밴스트 개발을 서둘렀을까. 미래의 기술영역은 마치 서부개척시대의 주인 없는 땅과도 같다. 말을 타고 달려가 먼저 깃발을 꽂는 자가 주인이 되며 깃발은 바로 ‘국제표준 특허’다. 그래서 개발과정에서 ETRI는 LTE 어드밴스트 표준특허 24건, 와이브로 표준특허 34건을 확보해 둠으로써 미래의 기술료 수익 획득을 위한 깃발을 미리 꽂아둔 상태다.
LTE 어드밴스트 개발 성공은 ETRI 구성원뿐만 아니라 IT 생태계를 이루는 모든 참여자의 피와 땀의 결과다.
그 성공 요인을 살펴보면, 첫째 2006년부터 4G 이동통신을 ‘차세대 메가 프로젝트’로 설정하고 ETRI의 CEO와 연구원들이 하나가 되어 혼과 열정을 담아 ‘불 꺼지지 않는 연구실’의 전통을 이어나갔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부의 R&D 지원정책은 연구개발에 총력 매진할 수 있는 기반환경을 조성해 주었다. 1990년대와 달리 이때의 장기 R&D 프로젝트는 ‘탈추격형’(post catch-up)의 개발성과를 창출하고 와해적 기술개발의 초석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해 주었다.
셋째, 산업체·대학과의 개방형 R&D 추진을 통해 국내 IT 산업생태계의 역량을 결집하고 활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특히 IT 중소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 제도는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 효과가 산업의 저변까지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시장성과를 제고하고 동반성장이라는 높은 성과를 얻어낼 수 있게 했다.
국내 IT 소비자의 역할은 빼놓을 수 없는 네 번째 요소다. 스마트폰 확산속도에서 알 수 있듯이 역동적 IT 수요는 새로운 기술이 조기에 시장에 정착하도록 절대적 자양분이 됐다. 끝없는 고품질 요구는 숨 가쁘게 새로운 IT 개발을 견인하는 핵심 동인이 되었다.
이번 LTE 어드밴스트 기술개발 성공은 그간의 2G, 3G 기술개발 성공이 집적된 결과인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제를 남겨주고 있다.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4G를 넘어(Beyond 4G) 차세대 IT 시스템 개발에 더욱 주력해 뉴 프런티어의 깃발을 꽂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지금까지가 육지(하드웨어)에서의 경주였다면 이제부터는 대양(소프트웨어)에서의 경쟁이다. 이에 ETRI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정신으로 5G의 뉴프런티어를 향해 국내 IT 산업생태계와 호흡을 맞추면서 육지와 대양의 경주를 준비 중이다.
지경용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전략연구본부장 kyjee@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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