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업체들 불만 들어보니…

Photo Image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대한상공회의소는 김상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G밸리 기업 규제개혁 간담회를 가졌다.

G밸리 기업들이 뿔났다. 아니 뿔났다기 보다는 오히려 지쳐가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명색이 제1호 국가산업단지이자 국내 최대 지식서비스 산업단지라는 G밸리에서 사업체를 꾸려간다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며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제발 기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하소연했다.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김상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장 등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개최한 ‘G밸리 기업 규제개혁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날 G밸리 기업인들은 그동안 국회의원, 서울시장 등 인사들이 G밸리를 방문해 교통 인프라 개선 등 현안을 챙기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가시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자생적으로 성장해온 G밸리를 ‘국가백년지대계(國家百年之大計)’ 차원에서 성찰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번에도 G밸리 기업인들은 수출의 다리 등 교통 인프라 개선, 단지 내 지원시설 및 보육시설 확충 등 문제를 또 다시 앵무새처럼 되뇌였다. 언젠가는 바뀌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서.

 G밸리에서 컴퓨터 사업을 하고 있는 여성 경영인 이숙영 컴트리 대표는 컴퓨터 유통사업을 주로 하다가 최근 제조업에 직접 뛰어들었는데 각종 인증을 획득하는데 무려 1년 가까운 시간을 소비했다며 자신의 경험을 얘기했다. 이 대표는 “에너지 절약, 전자파, 친환경, K마크 등 각종 인증을 획득하는데 5000만원 가까운 비용을 썼는데 정부 부처 간 인증 규격이 상이하고 절차도 복잡해 당혹스러웠다”며 인증제도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기본적으로 회로가 바뀌지 않은 업그레이드 제품에 대해서 또 다른 인증을 요구하는 불합리한 측면도 있다”며 컴퓨터의 라이프 사이클이 얼마나 빠른데 이런 고리타분한 인증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심지어 인증 분야의 전문 대행업체를 소개해줄테니 그 업체를 통해 인증을 받아보라는 부담스러운 권유도 받았다고 전했다.

 이재철 세기정보통신 대표와 강관식 아토정보기술 대표는 SW분야 입찰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역시 해묵은 문제다. 이재철 대표는 “대기업들이 20억 미만의 중소기업 고유영역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29% 미만의 지분을 투자한 위장 계열사나 손자회사를 통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하도급 하한선 규정을 만들거나 대기업이 제안서 작성 시 하도급 단가를 명시토록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관식 대표는 “SW 개발 용역 시 입찰에 참여한 탈락업체에 제안서를 돌려주지 않는 것은 중소기업의 지식재산권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기술 유출시 막대한 경영 지장을 초래하는 점을 감안해 제안서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강 대표는 또한 프로젝트 개발 시 발주자와 수주자가 개발 성과물을 공동 소유할 수 있도록 지난 2009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G밸리 내 지원 시설 및 보육시설 확충 문제 역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영재 경영자협의회 회장은 “현재 G밸리 내 지식산업센터의 업무 지원시설은 건축 연면적의 20%로 제한되어 있다”며 수도권 아파트형 공장수준인 30%까지 확대해 문화시설 및 보육시설, 기숙사 등 지원시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길수 금천구청 과장은 “G밸리 내 지식산업센터의 30%선으로 지원시설 규정을 완화하더라도 최근 지식산업센터의 대형화 추세를 감안할 때 산업시설 면적이 감소될 것이라는 정부 측 우려는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찬득 한국산업단지공단 서울본부장은 산업단지 녹지구역 내에 보육시설 설치를 가능하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면 보육시설 확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날 간담회에선 G밸리 내 인허가 업무의 일원화, 사무실의 G밸리 외부 지역 이전 시 세금 중과 규제완화 등 의견도 제기됐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김상준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장은 “G밸리가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서비스 집적단지인 만큼 종합적이고, 균형적인 시각에서 이곳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G밸리 특별법 제정 등 간담회에서 제기된 여러 건의 사항에 대해 충분히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G밸리 기업인들이 기대감을 갖는 이유기도 하다. 간담회장을 빠져나오며 기자는 G밸리 현장의 목소리가 과연 얼마나 정부 관계자들에게 전달됐을지, 그리고 앞으로 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생각해 봤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Photo Image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