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얼어붙은 증시 언제 녹을까?

지난 11일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갑작스럽게 코스피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순식간에 2000선이 무너지면서 시장을 아연실색게 했다. 어디까지 밀릴지 모른다는 걱정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무너진 증시는 과연 어디까지 갈 것인가. 2000선에 진입한 후 체력이 달라졌다는 평가대로 이내 회복을 할 것인지, 아니면 또다시 투자자들에게 절망을 안겨줄지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 답을 찾아봤다.

◆2004년 4월 vs 2005년 3월=지금처럼 상승하던 증시가 갑작스러운 외국인 매도로 급락한 사례는 2004년 4월 말과 2005년 3월 초에도 있었다. 외국인들이 갑작스럽게 빠져나가는 흐름도 비슷하고 미국 경제가 살아나고 중국 경제가 과열 성장에 긴축모드로 들어간 글로벌 증시 상황도 유사하다. 한국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 자금들은 대부분 지금처럼 주변 환경 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의 과정이었다.

외국인들의 전체 매도 규모도 엇비슷하다. 이달 초 외국인들의 매도 규모는 2조4000억원 수준, 2004년과 2005년은 각각 2조6149억원과 2조1341억원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외국인들의 매도는 증시 상승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2004년은 10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외국인 매도 공세로 여지없이 무너졌고, 2005년 3월엔 어렵게 도달한 1000선 붕괴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증시 방향성은 차이가 났다. 2004년 외국인 매도로 주춤거린 증시는 결국 추세를 잃어버리고 장기 조정 모드로 들어갔다.

2005년 3월은 달랐다. 외국인들 매도 공세에 따른 급락은 이내 회복됐다. 다시 1000선을 회복했고 장기 상승 추세 발판을 마련했다.

◆2005년 3월이 기대된다=그렇다면 지난 11일 순식간에 2000선이 무너진 증시는 향후 어떻게 움직일까. 이에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 조정보다는 단기 조정 후 반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2004년 4월보다는 2005년 3월 이후 상황의 재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는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수급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외국인들의 이탈 움직임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외국인 움직임의 가장 큰 변수는 신흥국, 그것도 중국의 긴축 강도"라면서 "2월을 기점으로 중국에서 긴축 기조가 약해지면 외국인들의 이탈 강도는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2월 중국 소비자 물가는 좋지 않게 나올 것이지만 이것이 고점일 수가 있기 때문에 이같이 전망한다"면서 "3월부터 물가가 조금씩 안정화하면 외국인들이 돌아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2005년 3월 증시 상승 배경에는 주식형 펀드가 있었다면, 올해 증시에는 자문형 랩 상품이 있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규모 면에서 과거 주식형 펀드와 비교되지는 않지만 랩의 성장성을 감안할 때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올해 최대 30조원가량을 랩 상품이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곳도 있다.

끝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이 동반 경기 회복조짐을 보이는 상황을 들 수 있다. 선진국의 경기 상승 흐름이 신흥국보다 나아 글로벌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일 뿐, 이것이 마무리되면 증시는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vs 중국=다만 이번 주는 전주 단기 급락에 따른 후유증으로 출렁거림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주는 우리 증시의 양대 변수인 중국과 미국의 경기 회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발표된다.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1월 소매판매지수가 좋다면 미국 경기는 완연한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중국 물가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 현상도 이번 주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에 따른 후유증으로 대부분 1930~1940선까지는 추락할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변동성에 따른 조정 기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3월이면 증시가 다시 상승추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일경제 문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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