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손목시계는 간단하면서도 나름 복잡한 전자장치다. 시계는 바늘을 움직이기 위한 ‘동력’ 장치와 일정 속도로 시간을 재기 위한 ‘조속기’, 그리고 시간을 표시하는 ‘표시기 등 크게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이들 부품은 지난 수십년간 기술의 변화에 따라 기계식(아날로그)에서 출발해 지금은 정보기기(디지털)로 탈바꿈했다.
기계식 시계는 지난 1903년 스위스 오메가(Omega)가 손목시계를 상품화하면서 20세기 중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세기 후반, 전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는 모터가 등장하면서 근본적인 변화의 계기를 맞는다. 기계식 시계 제조업체 대부분이 존폐의 위기를 맞았고, 미국 제조업체 가운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회사는 타이맥스(Timex) 하나뿐이다. 스위스 제조업체들도 기계식 시계가 ‘장식품’으로 재평가받기까지 20년간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기술 변화는 큰 조류가 되어 산업과 시장 구조를 바꾼다. 이제 일반용 시계는 싸면서도 기능이 뛰어난 전자식 손목시계가 주류를 이룬다. 반면에 유명 브랜드를 강조하는 고급 모델에는 기계식 손목시계가 다시 인기를 끌면서 양극화된 시장구조가 됐다.
이처럼 특정 산업과 시장이 양극화되는 구조를 ‘스마일 커브(smile curve)’ 현상이라고 부른다. 스마일 커브는 전자산업 등의 분야에서 제품기획이나 부품의 개발·제조, 혹은 제품을 제조한 후의 서비스 등은 부가가치가 크고, 기기 조립 등 제조공정에서는 큰 가치를 만들지 못하는 현상을 설명할 때 주로 제시된다. 제품개발에서 제조, 판매 및 서비스 단계의 부가가치를 도식화하면, 오목한 중간에 양 끝이 올라간 곡선이 나온다. 사람이 웃을 때의 입 모양과 같은 형태기 때문에 스마일 커브라고 부른다.
제조업뿐 아니라 IT서비스, 미디어, 콘텐츠 등 차세대 분야에서도 스마일 커브 현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미래 산업과 시장에서도 새로운 통합자(애그리게이터, Aggregator)가 등장해 스마일 커브의 꼭대기에 앉아 엄청난 부(富)를 거머쥘 것이 분명하다. 새로운 통합자는 독창적인 기술이나 제품을 생산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다고, 제품이나 기술 자체를 변화 또는 개선시키는 것도 아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술과 제품, 그리고 서비스와 정보를 끌어 모아 ‘재분류(Re-sort)’하고 ‘재구성(Re-constitute)’할 뿐이다. 그럼에도 수많은 소비자와 대중은 이들에게 열광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준다.
지난 19세기는 ‘기계의 시대’였다. 20세기 ‘전기의 시대’를 넘어 21세기는 ‘정보의 시대’로 불린다. 이 과정에서 시계산업도 기계에서 전기 중심으로 변하고 이제 정보기기로 탈바꿈했다. 지금은 손으로 직접 만든 기계식 부품에 전기와 디지털 기능을 통합해 재구성한 제품을 우리는 ‘명품 시계’라고 부른다. 결국, 기술과 제품의 경계를 뛰어넘어 산업과 시장을 재구성하는 통합자가 최후의 승자가 된다.
주상돈 전자담당 부국장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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