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사에 근무하는 직장인 최지원 씨(33)는 신문을 보다 갸우뚱했다. 얼마 전 정부 연구기관이 4세대(G) 통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시연하면서 4~5년 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올 7월 4G 서비스를 내놓는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최씨는 "7월이면 정말 4G 휴대폰에서 9초 만에 영화 한 편을 내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 하며 궁금해했다.
하반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현재 사용하는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비해 5배 빠른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를 할 예정인 가운데 차세대 통신기술에 대한 혼란이 커지고 있다.
LTE가 4G라는 등식이 잘못된 데다가 7월이면 LTE 휴대폰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착각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결론적으로 최씨가 말한 `영화 한 편 9초 다운로드 시대`는 2016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국내 통신사들이 구축하고 있는 LTE는 엄밀히 따지면 4G가 아니라 3.9G로 분류된다. 통신표준을 정하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는 LTE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한 `LTE-A(어드밴스드)`를 4G라고 규정하고 있다. `진짜 4G` 기술인 LTE-A는 3G보다 40배나 빠르고 실제 사용은 4~5년 후 가능하다. 통신기술 세대 전환을 통해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싶어하는 이통사들의 심리가 `가짜 4G`를 만든 셈이다. 버라이존와이어리스 등 해외 이통사 역시 LTE를 4G라고 소개한다.
또 당장 7월부터 LTE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통사들은 일단 노트북에 꽂아 모바일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모뎀을 출시한다. 이르면 올 연말에 나올 LTE 휴대폰도 모바일 인터넷만 LTE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음성통화는 기존 2G, 3G 망을 통한다.
통신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LTE 휴대폰은 한 대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모뎀 제작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모뎀 서비스부터 접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LTE가 통신생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설명도 과장됐다. 4G로 바뀐다고 해서 이용자들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바꿀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2G에서 3G로 기술이 바뀌었지만 휴대폰 이용 패턴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위규진 전파연구소 기술기준과장은 "LTE는 이통사들이 늘어나는 데이터 수요를 분산 수용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이라며 "특별한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용어
LTE:3G 이동통신기술을 발전시킨 3.9G 이동통신 기술. 현재 사용 중인 3G 이동통신보다 5배가량 빠르다. LTE를 통해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1분25초가량 걸린다.
LTE-A:LTE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진정한 4G 이동통신기술. 현재 사용 중인 3G 이동통신보다 40배가량 빠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스마트폰에서 영화 한 편을 단 9.3초 만에 내려받을 수 있다.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고화질 3D 방송을 볼 수도 있다.
[매일경제 황지혜 기자 @jhhwang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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