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왜 삼성생명 차세대를 눈여겨봐야 하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삼성생명 차세대 프로젝트 개요

 지난해 말 마무리된 삼성생명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생명보험사 ‘2기 차세대’의 신호탄이라고 할 만한 프로젝트다.

 주요 보험사들이 2기 차세대를 고민하는 시점에 차세대시스템을 한발 앞서 완성했다는 점 외에도 △대규모 시스템을 자바 프레임워크 기반으로 개발했고 △대량의 고객정보를 한 시스템으로 통합하면서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립했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합해 실시간 정보 공유와 업데이트가 가능하게 했다는 점 등 다른 보험사들이 눈여겨볼 특징들이 많다.

 무엇보다 핵심업무시스템(처리계)과 콜센터, 각 채널별로 나눠 관리해온 고객정보를 통합함으로써 다양한 실시간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는 점이 이번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또 권한과 인증 기능을 도입해 고객정보 보호를 강화했고, 채널통합을 기반으로 신규 마케팅 기회를 더 잘 발굴할 수 있게 됐다.

 ◇리스크 감소 위해 프로젝트 분리 추진=삼성생명은 2008년 초 차세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업체 선정 과정을 거쳐 그해 10월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2000년 초 오픈한 노후화된 시스템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미래 비즈니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토털 리노베이션 & 이노베이션’이 이번 프로젝트의 모토였다.

 삼성생명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앞두고 처리계와 경영분석, 고객정보통합(CDI), 채널, 콜센터, 국제회계기준(IFRS), 퇴직연금,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등 핵심 시스템을 새롭게 개편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사업 범위도 넓었지만 810만명의 고객과 1830만건에 이르는 보험계약고에 따른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쉽지 않은 프로젝트가 예상됐다.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삼성생명이 채택한 방법은 웹과 채널, 콜센터시스템 등과 나머지 처리계시스템을 1차와 2차로 나눠 구축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분리 진행은 그만큼 기간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지만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차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1차 프로젝트 결과물의 병행 운영을 통해 시스템 오픈 후 안정화 기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PM)였던 이성열 삼성생명 경영혁신실 경영정보팀 부장은 “리스크 분산의 목적도 있지만 프론트오피스와 백오피스의 개발 기간 차이를 극복하는 것도 분리 개발의 목적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1차로 시스템을 이행해 오픈하더라도 처리계시스템은 기존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개발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정교한 이행과 운영계획이 필요했다. 프로젝트 단계별로 연계된 시스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가 큰 도전사항이었다.

 모든 시스템을 자바로 개발하기로 했기 때문에 기존 코볼 프로그램을 모두 재개발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마스터플랜에 포함된 수행과제뿐만 아니라 기존의 모든 업무를 자바로 다시 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수행과제는 업무 범위의 30%에 불과했지만 더 많은 인력과 비용 투입을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는 게 이 부장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은 이렇듯 여러 도전과제를 극복하고 2012년 12월 13일 차세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개통했다. 시스템 개통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업무 인수인계가 이뤄졌을 만큼 빠르게 안정화가 진행됐다. 1단계 시스템과 충분한 병행운영 기간을 가진 점, 수많은 테스트와 15차례에 걸친 이행 리허설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고객정보와 채널 통합으로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이번 프로젝트는 고객과 채널, 상품, 처리계시스템, 자바 프레임워크 등 크게 5가지 측면에서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앞의 4가지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자바 프레임워크는 IT 측면에서 주목할 영역이다.

 삼성생명은 우선 콜센터와 10여개의 채널, 처리계시스템에 산재해있던 방대한 고객정보를 하나로 통합해 통합 고객데이터를 구축했다. 고객정보 통합은 모든 보험사의 바람이지만 각 시스템별로 개발 시기가 다르고, 통합 작업 자체가 큰 부담이 되는 과제인 만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고객정보가 통합되지 못하면 정보의 중복등록 방지와 통합 업데이트, 공유와 연계 활용이 불가능하다. 업무 효율성 제고가 요원해지는 것이다.

 삼성생명 역시 처리계시스템은 2000년, 콜센터시스템은 2003년에 개발했기 때문에 고객정보가 따로 존재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삼성생명은 우선 기존 데이터의 정제작업을 진행하고 솔루션을 기반으로 채널과 처리계시스템의 데이터를 통합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IBM의 인포스피어 MDM서버 소프트웨어가 사용됐다.

 고객정보 통합 작업은 단순히 정보만 통합한 게 아니라 프로세스와 서비스도 통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고객정보의 통합 관리를 위해 업데이트나 조회 등 활용 서비스를 새롭게 정의한 100여개 서비스로 통합했다. 또 사용자별로 권한을 부여해 고객 정보보호를 강화했고 정보에 대한 접근과 사용 형태를 확인하는 모니터링 체계도 확립했다.

 통합된 고객정보는 멀티채널아키텍처(MCA)로 인해 더욱 빛을 발했다. 삼성생명은 FC와 대리점, 전문직 채널, 전화, 인터넷 등 10여개의 채널을 하나의 채널지원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채널별로 상이했던 화면을 싱글 뷰로 통일하고 모든 사용자들이 동일한 기능을 이용하도록 했다. 사용자들은 채널포털을 통해 공통된 기능과 업무별로 특화된 기능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고객정보통합과 채널통합을 통해 삼성생명은 실시간으로 접수되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여러 채널의 설계사(FC)나 담당자에게 제공해 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즉 변경과 불만사항은 물론이고 고객 접점에서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책임자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활동은 곧 신규 마케팅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 고객정보의 업데이트율도 기존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이 부장은 “예전에는 각 채널에서 접하는 정보들이 공유되지 않아 고객이 직접 회사에 연락을 하기 전까지는 정보를 수정하기가 어려웠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실시간 동기화를 통해 하나의 채널에서 정보를 업데이트하면 전체 시스템에 반영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사용자들에게 표준화되고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큰 효과라고 덧붙였다.

 ◇상품팩토리와 구축과 BPM 일원화=삼성생명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눈여겨 볼 만한 또다른 사항은 룰 엔진 기반의 상품팩토리를 구축하고 처리계시스템 내에 BPM을 일원화했다는 점이다. 상품팩토리는 상품 구성을 위한 각 구성 요소들을 미리 만들어 두고 상품을 개발할 때 필요한 요소를 불러와 쉽고 빠르게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상품개발 시스템이다. 2000년대 중후반 진행됐던 대형 금융사 차세대 프로젝트의 주요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상품팩토리의 도입이다.

 이 부장은 “상품팩토리는 데이터만 한 곳으로 모아 둔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 데이터들을 해석할 수 있는 룰 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험사 상품은 은행에 비해 수는 적은 반면 상품의 내용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룰 엔진을 기반으로 상품팩토리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은 국내업체인 이노룰스의 비즈니스룰엔진(BRE)을 기반으로 상품팩토리를 구축했다.

 상품팩토리와 함께 BPM을 처리계시스템과 일원화했다는 점도 이번 프로젝트의 특징으로 꼽힌다. 삼성생명은 기존에도 BPM 솔루션을 구축해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는 처리계시스템과 별도로 구축됐기 때문에 처리 프로세스 사이의 동기화가 쉽지 않고 활용성과 정합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아키텍처 설계 단계부터 처리계시스템에 BPM 계층(layer)을 따로 만들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BPM으로부터 업무가 시작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BPM 솔루션으로는 IBM의 웹스피어프로세스서버(WPS)를 채택했다. 삼성생명은 1일 10만건에 달하는 거래량을 처리하는 차세대 BPM을 통해 핵심 프로세스의 처리 속도를 높이고 효율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1일 10만건은 삼성생명 전체 프로세스의 35%를 차지하는 규모다.

 IT측면에서 삼성생명은 단일 자바 플랫폼 구축을 위해 차세대 프로젝트 시작 전부터 삼성SDS와 함께 차세대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2009년 10월 SLI(Samsung Life Insurance)프레임워크 1차 버전이 완성돼 1차 차세대시스템에 적용했다. 이후 생명보험사의 복잡한 대량 업무에 맞게 수정작업을 거쳐 지난해 10월 최적화를 완료했다.

 SLI프레임워크는 삼성생명 차세대시스템의 핵심 요건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리 기능과 고성능을 제공하면서도 다른 곳에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도 갖추고 있다. 간결하고 깔끔한 소스코드는 SLI프레임워크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

 

 <표>삼성생명 차세대 프로젝트 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