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자문형 랩 수수료 `뜨거운 감자`

 금융투자사들의 수익에 효자노릇을 톡톡이 했던 자문형 랩 상품의 수수료율이 도마에 올랐다.

 박현주 미래에셋증권 회장이 자문형 랩 상품의 수수료율이 너무 비싸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다. 이에 대해 그간 자문형 랩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삼성증권은 수수료율 인하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가 논란으로 불거진 수수료율 인하경쟁이 촉발되면 불붙은 화약고처럼 연쇄반응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5조원가량의 자금이 유입된 자문형 랩이 올해에도 꾸준히 덩치를 불려 현재 6조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자문형 랩은 실시간으로 계좌를 체크하며 담당 매니저의 전략을 투자에 즉각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대응이 빠르고 상대적으로 단기 고수익을 노릴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자문형 랩은 지난해 투자자에게 40%가 넘는 고수익을 돌려주기도 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지금도 펀드에서 돈을 빼내 자문사로 몰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직접투자 수수료율이 제로(0)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문형 랩의 판매에 공을 들인 이유다.

 실제로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수료율이 1.6∼2%인 반면에 자문형 랩의 수수료율은 투자금액이나 상품, 판매사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2∼3%의 수수료를 메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로선 새로운 고수익원을 노릴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증권이 수수료율 인하를 검토하며 수수료율 인하에 불을 댕길 조짐이어서 금융투자업계로선 수익률 하락에 대해 긴장하고 있다. 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금융투자사들은 당장 수수료율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각사는 경쟁이 촉발되면 선제적인 수수료율 인하를 통한 고객 유출 방지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여기에 가파르게 상승했던 시장이 하락 반전하면 금융투자사들은 수수료율 인하 경쟁을 통해서라도 고객을 유치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지나친 수수료 경쟁은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안종업 삼성증권 전무는 “상품의 가격은 다양한 서비스 제공에 대한 비용이 포함된 것”이라며 “가격을 낮추게 되면 비용 구조도 수정할 수밖에 없어 서비스 질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문형 랩 상품이 초기 시장인 탓에 서비스의 질이 차별성이 없는 것도 수수료 논쟁에 불을 지핀다는 의견도 있다. 송홍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문형 랩이 초기 시장인 탓에 상품과 서비스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았다”며 “금융상품에 대한 정의가 명확해지면 각 사의 서비스도 차별화되고 수수료율 논쟁도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문형 랩=운용사에 큰 폭의 자율권이 부여된 일종의 사모펀드다. 자산편입 비율 등에 규제가 있는 펀드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채권 등 여러 상품에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자문형 랩의 금융자산관리사는 투자 조언과 자문의 역할만 할 뿐 실제 주문은 고객이 직접 해야 한다. 2001년 2월 5일에 금융감독원이 자문형 랩 판매를 승인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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