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자문형랩을 팔면 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주식펀드 판매 보수와 비교해 최소한 2배를 더 벌어들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문형랩 수수료가 주식펀드의 보수보다 1.8배 높은데다 주식펀드를 팔 때보다 몫도 더 많이 챙기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자문형랩의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미래에셋 주도하에 증권사들의 수수료 인하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최근 돌풍을 일으킨 자문형 랩을 팔면서 평균 2.6~3.0%의 수수료를 받는다. 국내주식펀드에 투자할 때 드는 총보수가 작년말 기준 1.64%인 것과 비교하면 1.8배가량 비싸다.
자문형랩과 주식펀드를 팔 때 증권사에 돌아가는 몫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증권사의 국내 주식펀드 판매보수는 전체 투자자에게 받은 비용의 3분의 2가량인 0.976%에 불과하지만 자문형랩을 팔면 자문사 몫으로 평균 20%가량만 떼주면 돼 수수료율 차이를 감안하면 최소 2배 이상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문사 몫은 잘 나가는 대형자문사냐 새로 문을 연 신규자문사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업계 평균적으로 자문사 몫은 20%가량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이 자문형 랩으로 벌어들이는 돈도 상당하다. 자문형랩 잔고1위인 삼성증권은 작년 9~12월 랩어카운트 수수료 수익이 전분기 대비 57.4% 증가한 2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9~12월 삼성증권의 영업이익 추정치 860억원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많다. 삼성증권의 일임형랩 잔고는 1월말 기준 3조8천억원, 자문형랩 잔고는 2조9천억원이며 전체 랩어카운트 수수료 수익 중 자문형랩 수수료 수익은 75%가량 된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그룹 박 회장은 증권사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자문형 랩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지적하면서 미래에셋증권 주도로 자문형 랩의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수준이 4%이고 증권사가 어떤 종목을 선택했는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상황에서 현재 3% 안팎인 자문형 랩 상품 수수료는 지나치게 높은 편이다. 미래에셋이 고객 입장에 서서 수수료율 인하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자문형랩 잔고가 5천500억원 안팎인 미래에셋증권은 자문형랩 수수료율 인하 수준을 놓고 막판 검토중이며, 조만간 낮춘 수수료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증권 박준현 사장이 전날 여의도 63빌딩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수수료 인하 경쟁을 안 하겠다"며 박 회장의 제안을 선뜻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해 미래에셋발 수수료 인하 움직임이 업계 전체로 확산될지는 미지수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상위 12개사의 자문형랩 판매잔고는 1월말 현재 7조5천862억원으로 폭증했다. 대우증권은 작년 3월 말부터 주요 증권사의 자문형 랩 잔고를 집계하기 시작했는데, 3월 말 기준으로는 잔고가 5천300억원에 불과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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