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 원천 연구성과, 사업화로 가는 `다리` 놓는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9년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출연연 및 대학 R&D 투자 대비 수익률

 이영무 한양대학교 교수는 2008년 이산화탄소 분리용 고분자 분리막 원천기술을 17억원과 경상기술료를 받는 조건으로 미국 에어프로덕트에 기술이전했다. 이 교수가 대규모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킨 데는 원천기술 자체의 우수성과 함께, 프런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의 조력이 큰 도움이 됐다. 센터는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 후반기인 2007년 말 설립돼 각 사업단의 기술가치 평가를 비롯한 기술사업화를 지원했다. 그 결과 100건이 넘는 기술사업화를 성사시켰다.

 많은 기초·원천기술 연구개발(R&D)이 이처럼 사업화로 잘 이어지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009년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출연연의 사업화 실적은 87억5500만원으로 총 R&D 예산투자 1조4748억원의 0.6%에 불과하다. 출원특허 중에서도 휴면특허가 87.6%나 된다.

 대학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09 산학협력백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149개 대학의 총연구비는 3조4985억원에 이르지만 수익은 277억원에 머물렀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죽음의 계곡(Death Vally) 극복형 브리지 사업(가칭)’을 추진한다.

 ‘죽음의 계곡’이란 기초·원천기술 R&D 성과와 사업화·상용화 사이의 간극을 말한다. 다수의 우수 기초연구 성과가 상용기술로 이어지지 못하고 단순히 논문이나 활용도가 낮은 명목상의 특허로만 끝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과위는 이 사이에 ‘다리’를 놓아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국과위 관계자는 “최근 기초·원천기술 R&D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사업화해 R&D 투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은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며 사업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기초·원천기술 국가 R&D를 주관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기술사업화 투자는 사실상 대학·출연연에 대한 TLO 조직사업 30억원밖에 없다. 전체 기초·원천기술 R&D 예산의 0.3%에도 못 미친다. 21세기 프런티어 연구개발사업의 후속으로 시작하는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에서는 성과확산 비용이 제외됐다. 지식경제부는 기술사업화에 264억원을 투입했지만 이 중 60% 이상이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사업화로 연결하기 위한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일선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반면에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기초연구비 2505억엔 중 기술사업화를 위해 ‘신기술의 기업화개발사업’이란 명목으로 10%가 넘는 252억엔을 투입하고 있다. 국과위는 이번 사업에 이러한 일본의 모델을 벤치마킹해 교과부 기초연구비의 10%를 상회하는 1700억여원을 투입할 전망이다. 다부처 공동 R&BD 기획을 통한 성과확산을 비롯해 기초연구기관에 대한 사업화 인력 지원 및 컨설팅, 기술마케팅 및 기술가치평가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과위는 최근 이번 사업에 대한 최종 보고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내 사업에 대한 심층기획안을 마련하고 R&D 관련 부처 간의 합의를 도출한 뒤, 하반기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 대학교수는 “R&D에 대규모 투자를 해도 기술사업화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생산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최근 국내 및 해외 기술이전 계약이 속속 나오고 있는 만큼 이전된 기술이 사업화되는 단계별로 추적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