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름값 잡기` 처방 실효성 있을까?

 정부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잡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한 가운데 이번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14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서민물가 안정회의를 열고 석유 가격 결정 구조의 합리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임 차관은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휘발유 값이 따라서 더 많이 올라가지만 유가가 내리면 휘발유 값의 하락폭은 적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밝혔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지식경제부를 중심으로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전문가들이 참여한 특별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석유제품가격결정구조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다.

 현재 국제석유제품 가격과 연동해 정유사가 제품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를 국제유가와 연동했을 때와 비교하는 등 합리적인 가격 결정 구조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이미 과거의 실패사례를 재연하는 것 밖에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 석유제품가격결정 구조의 변화

 석유제품가격이 자율화된 것은 지난 1997년이다. 이전까지 정부가 국제유가와 연동해 ‘가격틀’을 정해놓고 제품가격을 통제하다 정유사들이 직접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됐지만 정유사들은 이전 정부 통제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유가와 연동한 정부의 가격결정 방식을 그대로 승계해 가격을 결정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해외석유제품 가격보다 국내가격이 더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석유수입사의 시장 진출이 허용되면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10%에 육박하자 석유 수급의 불안정성이 가중됐다.

 결국 2002년 정유사들이 국제석유제품 가격과 연동해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이번 석유제품가격 결정구조에 대한 검토 작업은 사실상 과거의 원가틀을 복원해 가격을 통제하던 방식의 부활을 검토하는 셈이다.

 하지만 과거의 가격산정 기준이 남아있지 않고 정유사들의 정제 기술 등 이 발전하면서 국제유가와 연동해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은 지금 상황에 더욱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국제유가와 연동했던 과거의 가격결정구조를 지금과 비교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써는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 석유제품가격 왜 오해받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일 때 휘발유 가격이 L당 2000원 정도였는데, 지금은 80달러대인데도 1800원”이라며 “상식적으로 봐서 좀 내려와야 하는 것이 아닌지 잘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은 사실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대다수 일반 소비자들의 불만과도 같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유가 140달러를 기준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2000원 정도였던 2008년 당시를 놓고 지금과 단순 비교하면 현재 국내 휘발유 가격은 300원의 인하 요인이 발생해 1600원 정도로 형성돼야 맞다.

 하지만 2008년 당시에는 10개월 동안 유류세를 10% 인하했었고 환율이 지금보다 약 110원 가량 낮았다. 이 두 가지 요인만 놓고 보더라도 약 160원 가량의 인하 요인이 사라진다. 여기에 부대적인 요인까지 감안하면 가격구조에 정유사의 이윤이 발생할 여지는 적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4대 정유사의 연매출이 100조정도이지만 영업이익은 2%에 채 못미치는 상황만 봐도 사실상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오해가 어느 정도 풀릴 것”이라며 “석유제품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유류세를 제외하면 가격을 변동할 수 있는 요인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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