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번화가에서 10분여. 도로는 한산하고 거리에는 극히 시골스러운 가게와 허름한 집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을 때쯤, 8층짜리 최신식 건물 하나가 눈에 띤다. 우리나라의 금융과 IT를 결합해 완성한 결실, ‘라오스 주식시장’이다. 주변 환경과는 너무 다른 건물 모습으로 ‘황무지에 꽃이 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건물 내부에는 주가를 알리는 대형 전광판과 함께 첫 상장된 두 기업의 주가와 거래량을 볼 수 있는 시황 모니터가 있다. 시장 오픈과 함께 상장된 곳이 라오스국영전력공사(EDL-Gen)와 국영상업은행(BCEL) 두 곳에 불과해 굳이 개별 종목 시황판은 필요치 않다.
과연 최빈국으로 평가되는 라오스인들이 주식에 관심을 나타낼까? 우려는 주식시장을 찾은 순간 ‘기우’로 판정났다. 거래 첫날인 11일 오전 같은 건물 7층에 위치한 현지 두 곳 증권사 중 하나인 BCKT 거래창구에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식을 사기 위해서다. 광산업체 를 운영하는 우다라 솜이티(53)씨는 “주식시장이 열린 것은 라오스에 놀라운 변화다. 회사들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 늘었고 기업과 개인도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늘었다”면서 “최근에 지인들을 만나면 주식시장 개장에 대해 주로 대화를 나눈다”고 말했다. 현지 한 언론인도 “라오스인들은 투기를 좋아한다. 이곳 도시의 상위 5~10% 정도인 5만명 정도는 주식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날 두 개 상장사 거래규모는 30만주가 넘어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라오스 정부 관계자들도 들떠 있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거래소(KRX) 지원으로 라오스 증권거래소는 전 세계에서 최단기간에 시장을 세우는 기록을 세웠다. KRX가 캄보디아 정부와 증권거래소 설립에 나서면서 라오스 정부가 시장 설립 지원을 요청했고, 2007년 9월 본격화됐다. 데푸방 몰라랏 라오스 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개장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계획대로 시장을 설립한 KRX의 협조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몰라랏 이사장에게 KRX를 파트너로 정한 이유를 묻자 한국인의 근면성, KRX의 화려한 명성과 훌륭한 IT시스템, 금융위기를 극복한 경험 등을 들었다.
라오스는 지난해부터 크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라오스 정부는 증권거래소가 있는 곳 주변을 금융중심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아직은 논밭 등 미개척지가 많지만, 이곳 한국의 힘으로 세워진 거래소가 분명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KRX 측은 이번 성공적 개최를 계기로 시장을 전 세계 30여개국으로 넓혀나갈 계획이다. 다음 미션으로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시장을 갖고 있지 않은 미얀마로 정했다. 이곳 행사장을 찾은 이범래 국회의원(한나라당)은 “거래소에서 해외로 나가기 위해서는 인력을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며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비엔티안(라오스)=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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