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회장이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직을 거듭 고사하면서 전경련의 차기 회장 추대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전경련 측은 조석래 회장이 지난해 7월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이 회장을 찾아가 회장직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이 회장이 이날 기자들에게 수락하기 어려운 이유를 구체적으로 들어 거절한 만큼 `이건희 카드`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그런 만큼 13일로 예정된 전경련 신년인사회를 겸한 정례 회장단회의 때는 차기 회장 추대 안건이 또다시 깊이 있게 논의될 전망이다. 전경련은 홀수 달에는 회장단 정례회의를 열어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재계의 공통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해 왔는데 이번에는 누구를 새로운 회장으로 천거할지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서 적당한 인물군이 정해지면 과거 전경련 회장을 지낸 명예회장들(김각중-손길승-강신호 등)과 부회장을 지낸 고문단 등이 전경련 사무국 고위층과 함께 의사를 타진하고 추대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총회가 예정된 다음달 24일까지는 한 달 이상 시간이 있는 만큼 재계 원로들 의견을 모아 차기 회장 후보들을 찾아가 만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총회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하더라도 그 후에도 계속 추대 작업은 이뤄질 전망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건희 회장 추대가 불발에 그침에 따라 4대 그룹 회장 중에서는 아무도 맡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이미 고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며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1999년 반도체 빅딜 이후 전경련 회장단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만 50세로 나이와 경륜을 중시하는 전경련에서는 가장 젊은 축에 속해 본인이 나서는 것을 꺼린다.
따라서 관례에 따라 20명의 부회장단 가운데 연장자 순으로 입장 타진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1938년생(73세)으로 가장 연장자인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1941년생), 박용현 두산그룹 회장(1943년생) 등에게 문의가 갈 것으로 보인다.
1996년부터 전경련 부회장을 맡고 있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비롯해 1997년부터 부회장으로 활동 중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2005년부터 부회장을 맡아온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 회장이 아닌 제3의 인물을 대안으로 천거하자는 얘기도 나오기 시작했다. 과거 전경련 부회장을 지낸 손병두 KBS 이사장을 추천하는 목소리도 제법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기업에서도 경력을 쌓고 전경련 부회장으로 중량감 있게 활약해온 손병두 이사장에 대해 4대 그룹 중 두 곳에서 차기 회장감으로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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