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핫이슈]<8>배출권거래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법 제정 추진 경과 및 계획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둘러싼 논란이 신년 벽두를 팽팽하게 가르고 있다.

 조기 시행을 주창하는 쪽은 2월 국회 법안제출을 예고하고 있고, 점진적 도입을 요구하는 쪽은 산업계의 막대한 부담 요인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결정되든 후속 파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단 정부 방침은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의 ‘인식 전환 필요성’ 언급으로 시행 쪽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은 환경부 2011년 업무보고에서 “대부분 기업들이 탄소 배출권거래제를 규제라고 인식하는데, 규제라고 인식하면 협력이 어려워진다”며 “CO2 배출권이 하나의 산업이자 경제성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2013년 시행 일정을 잡고 있는 환경부가 탄력을 받을 만한 신호다.

 다만 이 대통령은 “정부는 산업계가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만큼 산업계의 반대 여론이 높다는 것을 정부 수뇌부도 인정한 것이다.

 산업계는 오는 3월까지 최근 연도 에너지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부에 보고하고, 저감 목표를 내놔야 한다. 내년 본격 시행되는 에너지·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위해 정부가 기업에 의무화한 조치에 따른 것이다.

 이 시행 일정을 정확히 따르기도 버거운 기업 입장에서 배출권거래제라는 또 하나의 무거운 추가 발목에 걸리는 셈이다. 자연스레 산업계는 목표관리제를 우선 안착시키고, 배출권거래제는 목표관리제 시행 경과를 봐 가면서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는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목표관리제는 매년 기업별로 온실가스 총량을 규제받는 방식이다. 연간 배출량이 2만5000톤 이상(사업장 기준)이거나 12만5000톤(업체 기준) 이상인 온실가스 대규모 배출 업체 470곳이 우선 적용대상이다. 이들 기업은 오는 9월 첫 감축 목표를 부여받고 연말까지 감축명세서와 실적보고서를, 이듬해엔 감축 이행 계획을 정부에 내야 한다. 내년부터 부여받은 할당량을 초과 배출하는 사업장 또는 업체는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이해 비해 배출권거래제는 기업이 감축 실적이나 초과 물량을 시장에서 팔거나, 구매할 수 있게 하는 마켓 장치다. 온실가스 감축량을 초과 달성한 기업은 잔여분을 거래시장에 팔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온실가스 1톤당 가격을 정하고, 기업마다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을 정한다. 이를 초과해서 온실가스를 배출한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사야 하고, 덜 배출한 기업은 줄인 양 만큼의 배출권을 팔아 돈을 벌 수 있다. 1년 단위로 짜인 규제수단인 목표관리제와 달리 5년 단위로 목표가 부과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사업 외 수익 또는 투자 목적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배출권거래제 추진 당국의 설명이다.

 산업계는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의무감축국에도 들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감축국조차 극히 일부분만 도입한 배출권거래제를 서둘러 시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현재 배출권거래제 도입 국가 대부분이 유럽연합(EU)에 몰려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일본·호주·중국·인도 등은 도입하지도 않았으며, 도입 자체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산업계는 이러한 세계 추세 속에 우리나라가 대외 경쟁력 하락을 감수하면서까지 먼저 시행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세우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유상 할당제인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면 공장의 해외 이전 등을 적극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며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워온 우리 산업의 공동화까지 우려되는데 왜 그 제도를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정부는 2013년 배출권거래제 시행 쪽에 강한 의지를 두고 있다.

 배출권 거래를 허용할 경우 실질 GDP 손실액 기준으로 목표관리제의 경제적 비용을 43%나 줄일 수 있으며, 도입을 늦출수록 이러한 비용절감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202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천명에서도 확인됐듯, G20내 녹색성장 선도국으로서 배출권거래제 시행도 선도하겠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에 의한 온실가스 의무감축 국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전략을 펴 왔다”며 “G20 녹색 선도국 다운 제도시행에 정부와 업계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목표관리제와 배출권거래제 시행의 시차조절, 적용대상 기업에 대한 선택권 부여 등 정부의 총체적인 방향 정립과 계획 제시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