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취의 시대’가 끝나고 ‘적자 생존’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윤병석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파트너의 분석이다. 그는 대한상공회의소 유통위원회가 최근 연 8차 본회의에서 ‘2011년 국내외 경제동향 및 소매시장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며 “도취의 시대란 과거 20년간 흥청망청 돈을 써왔던 시대”라며 “단기적인 유동성은 정책적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에 적자생존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다. 국가별 차이는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은 대부분 훌륭하게 지난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를 훌륭하게 벗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윤 파트너에 따르면 아직 위기는 도처에 남아있다는 게 BCG의 전망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윤 파트너는 “전 세계 경제의 20%를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자 부채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과 높은 실업률”을 들었다.
윤 파트너는 적자생존의 시대에 적용되는 ‘3위-4위의 법칙’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한 분야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수익을 내는 업체는 최고 3개에 그친다는 것이다. 윤 파트너는 “4위는 생존이 쉽지 않다”며 “1위 업체에 비해 3~4분의 1의 시장점유를 가져가지 못하는 업체는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했다. 도취의 시대에는 작용하지 않은 냉혹한 시장 법칙이다.
적자생존의 시대, 4위가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 기업은 무엇보다 ‘역량 집중’이 필요하다. 윤 파트너는 유통업을 중심으로 설명했지만 이는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일단 유통업은 포화상태다. 지난 2002년에서 2008년까지 4.8%의 성장률을 보였지만 2008에서 2014년까지는 2.2%의 성장률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 성숙도에 따른 결과다. 이와 같은 산업적 측면과 함께 ‘스마트한 소비자’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윤 파트너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미래의 주요 트렌드에 적극 대응해 새로운 사업 방식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트렌드 중 하나는 중국의 부상이다. BCG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전 세계 소비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일본의 3배에 이르는 수치다. 또 ‘디지털’이라는 트렌드도 놓쳐선 안 된다. 유통업의 경우 디지털은 사업 운영방식에 변화를 주고, 대고객 커뮤니케이션과 채널 운영방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기업이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일까. 윤 파트너는 “뻔한 말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중요한 것 세 가지”를 말했다. △컨슈머 인사이트 △디지털 전문성 △효율성 등이다. 그는 “표면적 소비자 이해가 아닌 심도 있는 이해와 함께 디지털을 위험 요소가 아닌 기회요소로 삼는 전문성, 경쟁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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