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인근에 있는 새벽 인력 시장을 아시나요?”
국가산업단지인 G밸리 인근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일대에선 매일 새벽 인력 시장이 열린다. 국내 최대 지식산업단지인 G밸리와 새벽 인력 시장의 기묘한 동거. 쉽게 연상이 되지 않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하지만 첨단 지식산업센터(아파트형 공장)의 숲 ‘G밸리’를 잠깐 벗어나 남구로역 근처를 지나다 보면 평소에도 일거리를 찾기 위해 벽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일용 노동자를 쉽게 볼 수 있다.
거리 풍경도 상당히 이국적이다. 마치 여기가 ‘차이나타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중국어 간판이 즐비하다. 삼삼오오 모여 있는 사람들의 얼굴도 중국 교포인지 내국인인지 헷갈린다.
새벽인력 시장이 열리는 시간은 매일 새벽 3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다. 지난 1976년경부터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다고 하니 인력시장 치곤 꽤 역사가 깊은 편이다. 이곳은 요즘에도 1000명 내외의 사람들로 매일 북적인다. 연인원으로 치면 36만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이곳 새벽 인력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주로 철근목수, 미장공, 기계공, 철근공, 타일공 등 단순 건설 노동자들이다. 전체 인력의 1% 수준에 불과한 타일공이 가장 좋은 대접을 받는데, 하루 평균 15만~17만원의 일당을 받는다고 한다. 일반 용역 노동자의 하루 임금 6만~7만원 보다 훨씬 높다. 미장공이나 기계공의 임금도 꽤 높은 편이다. 평균 13만원으로, 철근목수나 철근공(11만~12만원선)보다 많이 받는다.
새벽 인력시장은 구로구 지역의 도시인구사회학적 특성을 반영해 중국동포들이 60~70%를 차지한다. 내국인이 30~40%선이다. ‘코리안 드림’을 찾아 한국을 찾아온 중국 동포들과 중국인들의 삶의 터전이 바로 이곳인 셈이다.
관할구청인 구로구청도 신경을 쓰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구 예산이 빠듯하지만 일일 노동자들을 위해 올해 3300만원 정도의 예산을 편성해 놓았다”며 대형 가스난로, 야외용 파라솔 등 편의 시설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새벽 인력 시장뿐 아니라 인근 지역은 중국 동포와 중국인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점들이 아주 많다. G밸리의 한 벤처 기업인은 “최근 고객을 모시고 이곳의 중국집을 찾았는데 한국어를 아는 사람이 전혀 없어 음식을 주문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이곳이 ‘차이나타운’으로 발전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아무튼 G밸리 인근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게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지만 넓은 의미에서 G밸리는 이런 ‘속살’을 품고 있다.
G밸리 생태계는 결코 물리적 또는 지리적인 차원의 ‘국가산업단지’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국가산업단지인 G밸리와 인근 지역은 함께 숨 쉬는 생태적 공간이다. 사회학적으로, 그리고 문화인류학적으로 상호 교류할 수밖에 없다. 문득 G밸리 업체들이 이들 새벽 인력시장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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