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제2차 생활소음 줄이기 종합대책’의 세부사항을 놓고 정보기술(IT)업계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사용습관으로 발생한 문제를 제조사의 탓으로만 돌린다는 불만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MP3플레이어와 헤드폰 제조업체들은 출력소음 감소방안 마련에 돌입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환경부의 제2차 생활소음 줄이기 종합대책 발표에 따른 것. 환경부는 세부사항으로 개인 음향기기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규제하기로 했다. 헤드폰·MP3플레이어 등 개인 음향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청소년의 청력 저하 등이 우려됨에 따라, 최대 허용 볼륨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음향 크기 및 노출시간에 따른 경고 표시 프로그램 삽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는 환경부의 계획 추진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의 사용습관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가 제조사의 책임인 양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한 MP3플레이어 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 지침을 내놓으면 이를 따르는 수밖에 없다”면서도 “기업마다 청력 보호를 위한 제품을 내놓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사용습관이 바뀌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문제해결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헤드폰 제조업체 관계자도 “국내에서 규제는 가능하겠지만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문제”라며 “볼륨 출력을 일제히 낮추면 소비자 불만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에서는 “이미 ‘BS EN50332-1/2’라는 국제기준을 따르고 있는데, 제조사에만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는 불만도 털어놨다.
실제로 애플 ‘아이팟’은 헤드폰에서 나오는 음압을 최대 100㏈A로 제한하는 규정에 맞춰 국내에 출시됐지만, 사용자들 사이에 출력음향이 작다는 불만이 나오는 실정이다. 또 몇몇 업체에서는 인도 등의 국가에 출력을 높인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소리가 작을 경우 소비자의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재홍 환경부 사무관은 “이번 계획은 5개년 대책의 일환으로 당장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중 제품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가이드라인 타당성 조사를 거친 뒤 적절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라며 “전문가와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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