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에 들어선 후 10년이 지나고 또 다른 10년이 시작됐다.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과학 및 IT 분야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도약이 진행됐다. 인간의 본원을 파헤치고 그것의 변형까지 추구하는 게놈 연구의 눈부신 발전은 지난 10년의 과학 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십개의 우주선을 띄워 화성의 생명 존재 가능성을 포착해냈다. 나노기술·안면이식·우주여행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까지 과학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IT 분야에서도 잊을 수 없는 10년이었다. 2000년대 들어 ‘버블’이 일어나 IT가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부각됐다. 통신기술의 도약으로 정보 교류의 속도가 ‘빛의 속도로’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카메라 필름은 거의 자취를 감췄고 저장매체로서의 콤팩트디스크(CD)와 메모리스틱이 사라지고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통해 대형 스토리지에 접근한다. 유선전화가 사라지고 모바일 기기가 확산되면서 와이파이가 존재하기 이전의 삶을 상상하기 어렵게 됐다. 새로 등장한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가 전통 미디어를 뒤흔드는 시대가 왔다.
밀레니엄의 새로운 10년이 시작된 2011년. 그리고 그 끝에 있는 2020년. 과학기술과 IT는 우리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2020년 원더키디의 꿈=KBS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2020 우주의 원더키디’가 방영될 당시(1989년) 우리에게 2020년은 너무나 먼 미래였다. 올 것 같지도 않을 미래였기 때문에 2020년이 되면 우주전쟁이 벌어지고 지구가 완전히 황폐화되며 로봇이 인간 이상으로 발달한다는 설정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000년대 두 번째 10년이 시작된 지금, 2020년은 고작 9년 앞으로 다가왔다. 2000년의 첫 10년이 IT버블과 경제위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르게 지난 만큼 두 번째 10년 역시 수많은 변화와 위기 속에서 눈 깜짝할 새 지날 것이다.
2020 우주의 원더키디는 2020년에 인구 폭발, 자원 고갈, 환경오염 등으로 인류가 지구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전제 아래서 시작된다. 인류가 이주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탐사를 떠난 아버지가 실종되자 아들이 우주로 가 적들을 무찌르고 지구로 무사귀환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애니메이션에서 눈을 사로잡는 것은 로봇들이다. 주인공 옆에서 다른 로봇들과의 전투를 돕는 ‘코보트’는 만능 로봇이라고 할 만하다. 로봇이었다가 비행선으로 변신하고 오토바이 모양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탈 것으로도 변한다. 인공지능을 갖고 있고 정보처리 시스템에다 고장나거나 공격받아 부서지면 스스로 수리하는 자체수리 기능도 갖췄다.
우주의 다른 로봇들도 인간처럼, 아니 인간보다 오히려 더 높은 차원 기술력과 사고력을 가진 존재로 등장한다.
9년 후 이런 로봇들을 만나게 될까. 또 인간이 로봇에 맞서 싸우고 우주에 새로운 행성을 개척해야 하는 암울한 미래를 맞이하게 될까.
흥미롭게도 앞으로 언급할 여러 미래 기술 예측에서 2020 우주의 원더키디에 나오는 만능로봇이나 우주선 ‘에어스타’는 등장하지 않는다. 기술은 상상력을 기반으로 발전해왔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기술 자체가 상상력을 넘어서기도 하고 또 다른 면에서는 상상력을 따라가는 데 힘에 부치는 모습도 보인다.
서용석 한국행정연구원 대외협력팀장(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애니메이션에 나온 모습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전혀 새로운 모습의 미래사회 이미지”라며 “현재 우리가 어떻게 결정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실제 우리의 미래 모습이 될 수 있다. 사회·집단, 그리고 개인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미래의 이미지들을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수렴하고 합의를 이루어 내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은=미국 우드로 윌슨 국제연구센터의 나노기술 프로젝트의 수석과학자인 앤드류 메이나드는 지난해 새로운 10년의 과학 및 기술 동향을 예측했다. 메이나드 박사는 “앞으로 10년간 기술 부문에서 전례가 없는 폭풍이 밀려오게 될 것”이라고 미래를 내다봤다.
그는 먼저 ‘지구공학’을 주목했다. 지구의 온난화 등 이상현상을 막기 위해 거대한 설비를 이용하거나 거대한 규모의 물리·화학 반응을 이용한다는 개념의 기술 분야다. 지구 바깥에 거대한 유리막을 고정시킴으로써 햇빛을 반사시켜 태양에너지가 지구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아이디어 등 기존 통념을 깨는 생각들이 대거 나오고 있다. 해상에서 인공 구름을 생성시켜 태양에너지를 막거나 황으로 지구 주변에 거대한 막을 만들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향후 10년간 집중적인 지구공학 논쟁이 벌어질 것이란 게 메이나드 박사의 생각이다.
과학자들이 유기체의 DNA를 조작하고 새로운 생명을 창조할 수 있다는 믿음이 기반이 된 ‘인공생물학’도 향후 10년간 빠른 발전을 이룩할 것으로 봤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유전자 합성기술의 생산성은 15년 전에 비해 7000배가 높아졌고 14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해 왔다. 또 염기쌍을 합성하는 비용은 32개월에 50배나 감소했다. 유전자 합성과 관련된 시장 규모는 세계적으로 10억달러로 추산된다.
합성생물학과 연관돼 인간의 유전질환을 진단해 사전에 막고 수명을 늘리는 등의 기술을 연구하는 ‘개인유전자학’에도 시선을 돌렸다. 개개인의 유전자 지도를 의료기관에서 보유해 건강관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
스마트그리드 기술도 앞으로 10년을 주도할 주요 분야로 선정됐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전기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스마트그리드는 서로 연결되는 ‘인텔리전트 네트워크’를 통해 전기 생산자와 이용자를 연결한다. 필요한 때에 필요한 수요만큼을 적절하게 공급하면서 효율적인 전력 체계가 완성된다. 또 소수의 전력생산 기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 풍력발전단지와 지역 태양광발전단지 등의 전력을 적절하게 통합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스마트 그리드다.
메이나드 박사는 “에너지 수요가 늘고 온실가스 배출 제한이 강화되면서 스마트 그리드는 전 세계에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인간 몸이 직접 기기와 소통하는 ‘바이오 인터페이스’, 태양에너지를 집적해 사용하는 ‘태양광발전’ 등도 2020년까지 10년을 지배할 기술이다.
이와 함께 MIT도 웹3.0, 차세대 검색엔진, 차세대 휴대폰, 데이터 보안과 보안장치, 메타 신소재, 태양광과 진화한 배터리, 차세대자동차, 바이오연료, 뇌신경공학, 개인유전자학 등을 10년 이내 부상할 기술로 선정해 발표했다.
메타 신소재의 발달로 영화에서만 보던 투명인간이 현실화된다. 개인유전자학이 실제 생활에 적용되면서 개개인이 맞춤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배터리 시간이 극대화되면서 모바일 기기 이용이 편리해진다. 두뇌의 특정 부분을 자극해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치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뇌신경공학 발달의 덕이다.
앞서 언급한 조사들이 IT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난해 전자신문이 선정한 ‘2020년 IT 6대 키워드’는 보다 사회와 인간 생활에 관심을 가진 연구다. 전자신문은 인구 구조변화, 기술변화, 환경 및 기후변화, 경제 및 산업구조 변화, 문화 및 삶의 변화 등 거시지표를 통해 ‘스마트화’ ‘융합과 다변화’ ‘감성상상력시대’ ‘소셜 네이티브’ ‘힘있는 개인’ ‘협업지성’을 6대 키워드로 도출해낸 바 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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