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형제·2세 전진배치…그룹미래 맡겼다

`신성장동력 확충(Growth), 엄격한 성과평가(Evaluation), 오너경영 강화(Ownership).`

올해 연말 재계 3대 인사 특징이다. 앞글자만 따면 `GEO(지구)`가 된다. 한반도에만 머물지 않고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 지구를 누비는 젊은 경영자들이 대거 전진배치됐다. 세대교체를 이뤄 새로운 시대의 주역이 된 이들은 과감한 투자로 시장기회를 선점하고 공격적인 미래 먹을거리 찾기에 나섰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아라"=삼성그룹은 조직개편을 통해 신성장동력 발굴과 계열사별 조정업무를 맡은 미래전략실을 신설했다. 옛 전략기획실을 2년4개월 만에 복원했다는 평가 속에서도 이번에는 미래 비전에 더욱 무게를 뒀다. 그동안 신사업을 맡았던 김순택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장으로 발탁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은 지난 5월 앞으로 삼성을 먹여 살릴 5대 신수종사업을 선정하고 향후 10년간 23조원 이상을 투입키로 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최근 의료기기 전문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하는 등 신성장동력 발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LG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신성장동력 확충에 적극 나섰다. 올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투자를 합쳐 18조8000억원을 이미 집행한 데 이어 내년에는 사상 최대인 21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전자와 화학, 통신 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시장기회를 선점하겠다는 것이 LG 측 생각이다.

SK그룹은 별도 조직이던 G&G(Global&Growth) 추진단을 신설된 `그룹 부회장단` 직속에 뒀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이면서 맥킨지컨설팅 출신인 유정준 SK에너지 R&M 사장을 G&G추진단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유 사장은 창의적인 기획력 덕분에 `SK 아이디어맨`으로 불린다.

28일로 예정된 현대차그룹 인사에서도 미래전략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미래전략인 글로벌과 연구개발(R&D) 강화가 중요한 변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철저한 성과주의=삼성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전망이어서 역대 최대 인원인 490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다. 지난해 승진자 380명에 비하면 무려 110명이나 늘었다. 회사의 실적 향상에 많이 공헌한 30대 부장급을 임원으로 발탁했다.

LG그룹도 성과주의를 적용했다.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LG이노텍, LG화학 등 실적이 좋은 주요 계열사 CEO들을 대부분 유임시켰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올 한 해 묵묵히 일하며 좋은 실적을 낸 CEO들을 유임시킨 것은 성과에 대한 보상 측면과 함께 사업의 연속성을 꾀하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의도까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마트폰 대응기회를 놓쳐 실적 악화에 빠진 LG전자는 10월 1일 전격적으로 CEO를 바꿨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구원투수로 보낸 것이다. 이는 실적 부진에 빠진 기업의 수장에 대한 책임을 묻는 측면이 강하다.

SK그룹은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

김신배 SK C&C 부회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등 지난 10여 년간 그룹 성장 역사와 함께했던 원로들이 그룹 부회장으로 옮기면서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났다. SK텔레콤은 사장 3명을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오너 3세, 형제경영 본격화=그룹 창업주 2세ㆍ3세들이 경영일선에 전진배치됐다. 지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위해 책임경영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인식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를 나란히 사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이로써 삼성에는 본격적인 3세 경영의 막이 올랐다.

LG와 SK는 나란히 형제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LG는 구본준 부회장을 전격 투입했으며, SK는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또한 대한전선이 고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과 양귀애 명예회장의 장남인 설윤석 부사장(30)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오너 3세 경영에 본격 나섰다.

현대차그룹 인사에서도 오너 일가의 역할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부회장 2년차로 현대차 안팎에서 역할을 키우고 있다.

아직 정몽구 회장의 `친정체제`가 강한 탓에 3세 경영 분위기가 표면에 부상하고 있지는 않지만, 조직 전반에서 정 부회장의 비중을 높이고 있는 기류다. 정 회장의 둘째딸인 정명이 씨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ㆍ캐피탈 사장의 부회장 승진 여부도 관심을 끌고 있다.

[매일경제 김대영 기자/김경도 기자/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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