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단둥에 하나프로그램센터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대북사업을 해온 것이 올해로 11년째다. 10년이 넘는 동안 온갖 일을 해 보았다. 숱한 시행착오도 겪었다. 불투명하기로 소문난 북한과의 사업으로 돈벌이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농수산물 거래, 건강식품 거래 등 온갖 거래를 주선해 보았다. 하지만 시원하게 돈벌이로 연결된 것은 없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리스크(위험)는 언제나 친구처럼 따라다녔다. 신선도, 물류, 저장 등 언제나 친구처럼 따라다니는 리스크를 따돌리고자 시작한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SW) 개발이다. SW는 썩지 않고, 창고도 필요 없으며, 물류 문제도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도 쉽지 않았다. 개성에서 처음 만나 협의를 진행하는 데 애초 3개월 걸릴 프로젝트가 12개월 이상으로 지연되기도 했다. 어, 소프트웨어 개발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치곤 했다. 그런데 실마리가 풀렸다. 인터넷 소통과 중국에서 답을 찾았다.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IT인력은 내 추산으로 대략 2000명이 넘는다. 또 중국과 한국은 비교적 인터넷 소통이 자유롭다. 다른 나라와 달리 같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인도나 베트남 IT인력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보다 개발비도 저렴하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북한 IT인력을 활용하려면 여러 제도적인 장벽을 넘어야 한다. 우선 개발비 송금 등의 문제로 북한 개발팀과 직접 계약할 수 없다. 통일부에 접촉 신고 수리가 되어 있지 않으면 접촉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런저런 제약으로 남북 프로젝트에 중국업체가 끼어드는 것이다. 중국업체는 중간에 있는 것만으로 돈벌이를 한다. 그들은 5·24 대북교역 중단조치나 연평도 사건 등을 악용, 오히려 이윤 폭을 넓히려 한다. 남북 분단상황이 중국인에게는 현찰이 되는 결코 유쾌하지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작년에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고, 올해 초 잇달아 안드로이드폰 등이 판매되면서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가 700만명에 다가섰다고 한다. 예전의 IT버블까지는 아니더라도 개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것만은 분명하다. 인도, 베트남 등으로 아웃소싱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음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러한 시기에 한 가지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짐작컨대 북한은 5·24 대북교역중단조치, 연평도 사건 등으로 남쪽 사람과의 접촉 통제를 더 강화하지 않을까 한다. 더 닫고, 움츠러들 때 우리당국은 더 열고, 더 공세적으로 파고들면서 민간 거래를 활발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이적행위일까.
카오스이론을 접하다 보면 나비효과를 설명하는 것이 있다. 베이징에서의 한 마리 나비 날갯짓이 태평양에서 폭풍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화벌이를 위해 중국에 나와있는 IT인력들이 남쪽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데, 개발하다 보니 남쪽의 생활수준과 문화, 특히 최첨단 IT흐름에 대해 알게 된다. 그런 흐름과 소식이 북 내부에 전파된다. 그런 사람들이 세월이 흘러 IT분야를 주도하는 세력이 된다 등등. 월등한 경제력을 가진 남쪽에서 규제를 하는 대신, 확 풀어버리는 것은 너무 무모한 상상력일까.
김병수 포원비즈 대표 kbs82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