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 퇴직연금 캘퍼스(CALPERS)가 애플 지배구조를 공격하고 나섰다. 이사 선임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사실상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 독단적인 경영방식에 제동을 건 셈이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캘퍼스는 애플 이사들이 사실상 투표를 통하지 않고 이사로 임명될 수 있다며 최근 애플 측에 이사 선임 때 과반수 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과반수 투표제는 이사 선임 때 이사 1인에 대해 1주 1의결권 원칙이 적용되는 제도를 말한다. 주주들이 이사를 바꾸고 싶을 때 좀 더 쉽게 바꿀 수 있어 많은 지배구조 전문가나 주주 행동주의자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는 제도다.
캘퍼스는 이 같은 이사진 선임 방식을 도입하면 이사들이 주주들에게 좀 더 책임지는 자세로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캘퍼스는 내년 중 애플 외에도 3개 회사에 대해 과반수 투표제를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애플을 시범적으로 개선해 다른 투자기업 지배구조도 바꿔보겠다는 게 캘퍼스 측 구상이다.
일단 애플은 지배구조 변경 제안을 거절했다. 캘퍼스는 이에 따라 주주권고 결의안을 내년 2월 주주총회 때 제출해 표대결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애플 최대주주는 지분 5.59%를 가진 피델리티자산운용이다. 캘퍼스는 애플 주식 221만여 주(0.24%)를 보유하고 있고 잡스는 그보다 약 두 배 많은 554만여 주(0.60%)를 보유하고 있다.
앤 심슨 캘퍼스 기업지배구조 팀장은 "이사들이 책임지지 않을 때 큰 위험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캘퍼스가 애플 지배구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최근 애플 지배구조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들이 알아야 할 정보마저 경영진이 차단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가령 애플 CEO인 잡스가 간이식 수술을 받는데도 이를 공시하지 않아 주주들은 이를 몰랐다.
이사회 규모도 적다. 현재 잡스 CEO를 포함해 이사는 모두 7명이다. 컴퓨터회사인 HP는 12명이다. 이 때문에 잡스 CEO 독단적 경영도 가능하다는 게 캘퍼스 측 판단으로 보인다.
캘퍼스는 올해에도 58개 대형 기업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20개 기업은 캘퍼스 측 제안을 받아들였다.
[뉴욕=매일경제 김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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