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스마트가 열어갈 새로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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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노 한국원자력연구원 SMART개발본부장

 

 올겨울은 제대로 된 추위 때문에 따뜻한 보일러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도 무엇으로 열을 만드는지만 다를 뿐 상당 부분 보일러와 비슷하다. 보일러에 크고 작음이 있듯이 원자로도 크게 대형과 중소형으로 나눌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활발하게 건설하는 중국·일본·한국 등은 전력 생산의 경제성이 대용량에 비해 떨어지는 중소형 원자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다. 그러나 전력망이 하나로 묶여 있는 지역이나 국가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발전소 하나의 용량이 총전력망 용량의 10%를 넘지 않도록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일 발전소의 용량이 지나치게 크면 해당 발전소의 불시 정지로 전체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칠레·카자흐스탄과 같이 넓은 지역에 인구가 분산되어 살고 있는 국가나 인도네시아·필리핀 같은 도서 국가, 광역 전력망이 갖추어지지 않은 지역에서는 ‘규모의 경제’ 원칙에도 불구하고 원자력발전소의 용량을 무제한 크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 기후변화 대응, 화석연료 가격 폭등 등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원자력 에너지 활용의 다변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열병합발전, 해수담수화 열원 공급, 지역난방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중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기 위해 주요 원자력 선진국들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우리나라 원자력계는 현재 원자력발전소보다 안전성을 한층 더 높인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SMART)를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가 기존의 원전과 가장 다른 점은 하나의 용기 안에 원자로심과 증기발생기, 원자로냉각재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모두 배치하는 일체형이라는 점이다. 일체형 원자로는 주요 기기를 연결하는 대형 배관의 파단에 의한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함으로써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 또 비상시 전원 공급이나 운전원 조작이 없이도 작동되는 안전장치를 설치해서 원자로가 불시 정지되더라도 남아 있는 잔열을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스마트는 전기출력이 100MWe급으로 기존 상용 원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앞서 언급한 국가들을 수요자로 하는 틈새시장 진입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원자로다. 스마트는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의 일부는 전력 생산에 사용하고 나머지 열은 해수담수 플랜트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개념을 채택하고 있다. 스마트의 전력계통은 90MWe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동시에 스마트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담수 계통은 하루 4만톤의 담수를 생산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이는 인구 10만명인 도시에서 필요한 물과 전력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13개 국내 기업 컨소시엄이 손을 잡고 개발 중인 스마트는 올해 말 표준설계인가를 신청한 뒤 규제기관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내년 말까지 표준설계인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체형 원자로로는 세계 최초로 규제기관의 공인을 받게 되면 이를 토대로 중동·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남미 등 세계 시장에 스마트를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보다 스마트한 세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UAE 원전 4기 수출,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일괄 수출 등으로 우리 원자력계는 큰 꿈 하나를 이룬 바 있다. 스마트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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