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통해 흡수한 기술 · 제품, 어느덧 `회사 간판`으로

 통신장비업체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추가한 제품들이 어느새 회사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해당 업체들은 단기간에 기존 제품과의 결합을 이뤄냈거나, 갖추지 못했던 영역으로의 확장이나 경쟁사의 사업부문 인수를 통한 절대적인 시장지배력 확대 등 M&A의 교과서적인 목적에 부합됐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0년 마감을 앞둔 시점에서 발표되는 업체들의 실적에서 M&A를 통해 확보한 사업부문의 성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노텔의 애플리케이션전송콘트롤러(ADC) 장비인 알테온 사업부문을 인수한 라드웨어는 올해 기존 모델이 49%, 신규 모델이 51%의 매출을 차지했다. 불과 1년 만에 M&A 이후 기술통합을 거쳐 출시한 신제품의 매출이 급신장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알테온5412(5시리즈)와 지난 3월 출시한 알테온4416(4시리즈)가 각각 전체 매출의 18%, 33%를 구성했다. 기존 모델인 2시리즈와 3시리즈는 17%, 32%에 그쳤다.

 안정성을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통신장비 시장에서 M&A를 통해 출시한 신규 장비가 공급 1년만에 기존 장비 매출을 넘어서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최근 대형 인수계약을 체결한 주니퍼네트웍스도 M&A를 통해 일반기업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2004년 넷스크린을 인수하기 이전까지 주니퍼의 매출은 100% 통신사업자 시장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2004년 방화벽 및 VPN, UTM 솔루션 업체인 넷스크린과 SSL VPN업체인 네오테리스 인수로 일반기업(엔터프라이즈) 매출이 처음 발생했다. 이후 2005년 통합네트워크접근제어(UAC)솔루션을 제공하는 펑크네트웍스와 왠가속기 업체인 페리비트를 인수했다. 현재 이 분야의 매출은 회사 매출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SSL VPN 장비인 ‘SA시리즈’는 세계 및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올해 CDN솔루션 업체인 안키나, 에스모바일사의 모바일 보안솔루션부문, 무선랜(와이파이) 전문업체인 트라페즈네트웍스 등의 연이은 M&A도 이 같은 성과에 힘입은 바 크다.

 이 달로 노텔엔터프라이즈사업부문(NES) 인수 1년째를 맞는 어바이어는 국내에서 채널 및 고객수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또 비즈니스 규모 역시 어바이어의 글로벌 비즈니스 성장률 30%를 훨씬 상회하는 50%의 성장을 거뒀다.

 대규모(엔터프라이즈) 콘택트시장에 집중했던 어바이어가 촘촘한 채널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중소형(SME) 시장에서의 강점을 가졌던 NES의 특성을 살려 발표한 신제품 효과다.

 특히 데이터통신 부문이 전무했던 어바이어는 NES를 통해 데이터 부문을 강화함으로써 차세대 데이터센터 가상화 솔루션인 VENA 아키텍처와 이를 기반으로 한 대용량 스위칭 장비인 VSP9000를 선보이며 시스코에 버금가는 제품군을 갖췄다. 최근에는 비디오콘퍼런스와 태블릿 제품 등 비디오 집중형 UC 제품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M&A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기업의 또 다른 방법이라는 점에서 국내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