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강민영 씨(43ㆍ가명)는 포털사이트를 둘러보던 중 `급등주 선취매 카페`라는 한 인터넷 카페를 발견했다. 솔깃한 마음에 들어가 봤더니 한 유명 증권사 직원이란 사람이 종목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증권사 직원이라고 하니 일단 신뢰가 갔죠. 그것도 꽤 알려진 대형 증권사라…."
강씨는 일말의 의심도 없이 가입비 5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틀 뒤 이 사이트에선 A종목에 대한 상담이 한창이었다. 사이트 운영자가 A종목 매수를 추천했고 회원들 관심이 집중됐다. 설득력 있는 운영자 설명에 강씨는 고민 없이 A종목을 매수했다. 강씨뿐 아니라 많은 사이트 회원들이 `사자`에 동참했다. 이 무렵부터 A종목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쁨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다음날 장 시작과 함께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A종목은 순식간에 10% 가까이 급락했다. 다급한 마음에 카페를 찾았지만 사이트는 이미 폐쇄돼 찾을 수 없었다.
겁이 덜컥 난 강씨는 손해를 감수하고 A종목을 급히 처분했다. 단 하루 만에 500만원을 날렸다. 강씨는 억울한 마음에 금감원을 찾아 민원을 제기했다. 사기를 친 증권사 직원 등을 붙잡아 달라고….
이는 최근 금감원이 인터넷 카페를 통한 주가조작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하는 사례 중 하나다.
인터넷 카페가 신종 작전꾼들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사 투자자문사와 일부 무허가 작전꾼들이 여러 포털 사이트에 `증권 카페`를 개설해 놓고 회원들을 모은 뒤 주가조작을 시도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금융당국 사이버 민원센터나 전화로 주가조작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인만도 월평균 5~6명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우회상장, M&A 부티크 등을 통해 시도하는 주가조작은 이미 옛날 얘기"라며 "요즘 작전은 절대 규모는 줄어든 대신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횟수가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전문 작전세력은 대규모 자금을 가지고 특정 종목 시세를 조종했다. 그러나 최근엔 세력화가 아닌 개개인들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시세 조종을 하고 있어 단속이 더욱 어려워졌다. 워낙 `치고 빠지기`가 성행하는 데다 여러 조직원이 아닌 극소수 꾼들이 점조직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유명 증권사 직원까지 인터넷 카페를 통한 주가조작에 가담하면서 일반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이트뿐 아니라 인터넷 방송과 메신저 등 첨단 수단을 이용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단속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뉴미디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온라인 작전 전담 조사팀`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매일경제 설진훈 기자/남기현 기자/김기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많이 본 뉴스
-
1
토스, 커머스 인재 대거 흡수…쇼핑·페이 확장
-
2
영풍, 지난해 '역대 최악 실적'…순손실 2633억
-
3
최상목 권한대행 “연내 GPU 1만장…내년 상반기까지 1.8만장 확보 추진”
-
4
천안시, 총 인구수 70만 달성 코앞…작년 7000여명 증가 5년 만에 최대 유입
-
5
[ET라씨로] 버넥트 주가 上… 왜?
-
6
김구환 그리드위즈 대표 “스마트 충전기와 해외 시장 공략에 '무게' 싣는다”
-
7
한화손보, 글로벌 부품·반도체사와 연이어 사이버보험 '단독계약' 돌풍
-
8
NH농협은행, 은행권 최초 생성형AI 결합 추천서비스 영업점 적용
-
9
충남연구원, 2025년도 정책연구 본격 추진…전략과제 35건 최종 선정
-
10
[트럼프발 무역전쟁] 직격탄 맞은 자동차…산업계, 해법 찾기 골몰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