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과학상 왜 못받나 했더니

국내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연구비 지원이 매우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내부 자료 분석 결과 `기초연구사업` 선정자(연구재단 선정, 2010년 기준) 4704명 가운데 35세 미만인 과학자 비중은 5.2%(24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젊은 과학자를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신진연구지원사업`은 전체 선정자 615명 가운데 35세 미만 과학자는 5.0%(27명)에 머물고 있어 지원제도 취지를 무색케 할 정도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예산을 확보하고 연구재단이 집행하는 기초연구사업 지원은 정부의 대표적인 기초과학 지원사업이다. 올 한 해 예산은 8000억원 규모.

2010년 기초연구사업 선정자를 연령대별로 집계한 결과 25~29세 6명(0.1%), 30~34세 243명(5.2%), 35~39세 992명(21%), 40~44세 1339명(28.5%), 45~49세 882명(18.8%), 50~54세 722명(15.3%), 55세 이상 520명(11%)으로 나타났다.

기초연구사업 중 신진연구자 지원만 보면 20대는 1명도 없고 30~34세 27명(5.0%), 35~39세 276명(45.0%), 40~44세 260명(42.3%), 45~49세 38명(6.2%), 50~54세 9명(1.5%)이다.

전 세계적으로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이 대부분 20~30대에 연구를 시작한 경우가 많은 만큼 이 같은 데이터는 국내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20년간 과학 분야 노벨과학상 수상자 137명을 분석한 결과(2007년) 절반에 달하는 66명(48.2%)이 20~30대 연구결과로 수상했다.

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 지원을 받기 위한 자격조건은 `최초 교수 임용 이후 5년 이내`다.

하지만 한국에서 젊은 나이에 교수직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젊은 과학자를 지원하려면 교수 임용이 아니라 `박사 취득 후`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또 신진연구자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개인이나 소규모 연구자들의 창의적 연구를 지원하는 예산을 2012년까지 1조5000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었으나 올해 65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어 목표 달성도 어려워 보인다.

전문가들은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높이려면 박사 후 연구원(포스트 닥터) 등 젊은 과학자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 대학이나 연구소는 포스트 닥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포스트 닥터 과정은 연구를 주도적으로 시작하는 단계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로 꼽힌다.

우종학 서울대 천체물리학부 교수는 "미국에서는 포스트 닥터들이 연구를 주도하는데 실력에 따라 4만~6만달러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안정적 지원 덕분"이라며 "우리나라는 너무 열악한 구조라서 이들이 좋은 연구를 하기 어렵다. 환경이 열악해 좋은 인재들이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 구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미국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HHMI) 부설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는 이도윤 박사는 "한국에서는 포스트 닥터들이 연구외적인 일만 한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심시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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